주역과 무극대도 | 천도혁명天道革命의 상징 - 주역 마흔아홉 번째, 택화혁괘 ䷰

[기고]

한태일(인천구월도장, 교무도군자)

혁革, 선천에서 후천으로 바뀌는 가을개벽


혁革은 흔히 혁명革命, 개혁改革 등 기존 사회체제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 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입니다.

택화혁괘澤火革卦(䷰)는 위는 못 속에 물이 담긴 태괘兌卦(☱), 아래는 뜨거운 불이 타오르는 리괘離卦(☲)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왜 위에 물[澤]이 있고 아래에 불[火]이 있는 택화澤火가 변혁을 뜻하는 혁革이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위의 물과 아래 불이 서로 상극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즉 수화水火는 윗물이 흘러내려 아래에 있는 불을 끄려 하고, 아래에 있는 불은 타올라 윗물을 말려 버려 서로를 없애려 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고칠 혁革(혁명)’은 양기陽氣를 상징하는 불(火)과 음기陰氣를 대표하는 물(水)이 부딪힐 때처럼, 양극단의 정점頂點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 발전 과정을 보더라도 묵은 구습과 신질서가 충돌할 때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오는 많은 정치혁명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택화혁괘의 택(澤,☱)은 서방西方, 가을[秋], 금金에 속하고 화(火,☲)는 남방南方, 여름[夏], 화火이므로 택화혁괘는 여름[火]에서 가을[澤]로 바뀌는 환절기[革]를 상징하며 ‘선후천 교역 과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로 설명하면 하도에서 화火 자리(2·7)에 낙서의 금金(4·9)이 오고, 하도의 금金 자리(4·9)에는 낙서의 화火(2·7)가 온 것이 금화교역金火交易인데 이 또한 관련이 있습니다. 택화혁괘의 소성괘인 리離괘와 태兌괘를 정리해 보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그리고 혁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수화水火의 상극이란 가시밭길을 극복하는 데 있어 특히 금金의 역할입니다. 혁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金이 험난한 불길[火]를 뚫고 나와야 합니다. 혁괘의 모습은 쇳덩어리(金,☱)가 불(火,☲) 속에 있어 마치 용광로와 같습니다.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쇳덩어리가 달구어져 나와야 단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나온 역사를 보면 혁명에는 총칼 같은 무력[金]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었으며, 여름에서 가을로 철이 바뀔 때 숙살지기肅殺之氣[금기金氣]를 잘 견뎌 내야 열매가 제대로 여무는 법입니다. 혁괘의 순서가 49번째인 것도 하도河圖의 ‘4·9금金’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을개벽은 여름철 말의 더운 불기운[火氣]과 초가을의 차가운 금기운[金氣]이 서로 부딪치는 상극작용[火克金]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선천 오만 년 동안 누적된 원한의 불기운이 우주의 환절기에 가을개벽의 서릿발을 타고 대병란 등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는 온 천지의 하느님이 오실 수밖에 없으며 그분이 바로 ‘화극금火克金’의 추살 개벽에서 ‘화생토火生土’ ⇨ ‘토생금土生金’으로 상생의 다리를 놓아 인류를 건져 주시는 개벽장 하느님이십니다. 이 토土 자리에 계신 분이 바로 ‘서신西神’으로 오시는 상제님이십니다. “서西는 가을을 의미하며 천지의 여름과 가을이 교역하는 대변혁의 시간대에 인간으로 오시는 서신西神께서 인간 농사 추수 시간대의 시명時命을 집행 하신다.”(도전 1:78:1 측주)는 것입니다.

가을 개벽기에는 서신(西神)이 명(命)을 맡아 천지에서 기른 인간의 씨종자를 추린다. (2:43:4 측주)


이처럼 혁괘에 담긴 진의眞義는 국체國體나 정체政體를 바꾸는 단순한 혁명이 아니라 선천의 묵은 우주를 후천의 새 우주로 바꿔 버리는 ‘우주혁명宇宙革命’이요. 선천 오만 년의 병든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계와 신명계를 개벽시키는 ‘천도혁명天道革命’이 바로 혁괘가 의미하는 진정한 혁명인 것입니다.

지금은 온 천하가 가을 운수의 시작으로 들어서고 있느니라. (2:43:1)

천지대운이 이제야 큰 가을의 때를 맞이하였느니라. (7:38:4)


혁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앞뒤에 있는 수풍정괘水風井卦(48번째)와 화풍정괘火風鼎卦(50번째)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주역 서괘전과 잡괘전을 보면 우물의 도[井道]는 오래되어 못 쓰게 되면 고쳐야 하므로 우물(井)괘 다음에 고친다는 혁(革)괘를 놓았으며, 혁괘는 ‘낡은 것을 버리는 것’이고 솥(鼎)괘는 ‘새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선천 악업의 겁기를 내뿜는 묵은 하늘과 땅을 하느님의 무극대도로써 개조改造하여 새 하늘 새 땅에 어울리는 진법眞法을 들추어내는 과정이 바로 48번째 정井괘, 49번째 혁革괘, 50번째 정鼎괘입니다. 상제님 말씀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선천은 상극의 운이라.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사물을 맡아 하늘과 땅에 전란이 그칠 새 없었나니 그리하여 천하를 원한으로 가득 채우므로 인간 세상이 멸망당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이제 천지도수를 뜯어고치고 만고의 원을 풀며 상생의 도로써 선경의 운수를 열고 조화정부를 세워 함이 없는 다스림과 말 없는 가르침으로 백성을 교화하여 세상을 고치리라. (2:17, 4:16)


후천 오만 년 전 인류의 교과서인 도전道典을 보면, 하늘땅을 뜯어고치는 천도혁명의 취지, 일정, 임무 등을 꼼꼼하게 기획하시는 분은 다름 아닌 바로 도솔천의 천주님이신 ‘증산 상제님’이시며 혁명을 주도하는 혁명정부는 ‘조화정부造化政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혁괘는 천지개조공사


그래서 상제님은 이번 우주혁명을 거사하시기 위해 친히 이 세상에 내려오셨습니다. 그것은 선천 우주의 낡은 것을 뜯어고치는 ‘혁신불革新佛’이라고 당신님의 신원身元에 대해 밝혀 주셨습니다.

미륵불은 혁신불(革新佛)이니라. (3:84:4)


종도사님은 이에 대해 “미륵부처님은 천지 분열 운동의 극기(선천 말기)에 출세하여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 인류를 가을 우주로 인도해 주시는 구원의 메시아”(3:84:4 측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혁신불로 오신 상제님이 구상하시는 ‘천도혁명은 묵은 하늘과 병든 땅과 인간과 신명계를 뜯어고치는 천지개조공사天地改造公事’입니다.

내가 하늘과 땅을 뜯어고쳐 후천을 개벽하고 천하의 선악을 심판하여 후천선경의 무량대운을 열려 하나니 (2:43:2)

천도(天道)와 지도(地道)와 인도(人道)와 신명계(神明界)의 대개벽 공사를 행하시니라. (4:1:6)


날이 차야 믿으리니


그럼 혁괘의 정신이 함축되어 있는 괘사를 보겠습니다.

革(혁)은 已日(이일)이라야 乃孚(내부)하리니 元亨(원형)코 利貞(이정)이니 悔亡(회망)하니라
혁은 날이 차야 이에 믿으리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고 이로우니 후회가 사라지느니라.


개혁이나 혁명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프랑스 대혁명 등 세계사의 굵직한 혁명들을 봐도 세상 사람들의 공감대가 이루어졌을 때 가능했습니다. 자연의 변화도 ‘그때’가 있습니다(已日 乃孚). 춘하추동 사계절도 그때가 되어야 바뀝니다. 더 큰 틀에서 우주 일 년도 우주 변화의 근본정신인 생장염장에 따라 순환합니다.

나는 생장염장(生長斂藏) 사의(四義)를 쓰나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以化)니라. 천지개벽도 음양이 사시(四時)로 순환하는 이치를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니 (2:20:1,4)


우주의 환절기인 개벽 또한 그때가 되어 생장염장으로 순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풋나락은 못 먹는 법이니라. 아기가 열 달을 별러 나오는 것과 같이 때가 되어야 천지개벽이 되느니라. (7:3:4~5)


원형이정元亨利貞은 천도의 사덕(天道四德)입니다.

혁괘에서 천도사덕인 원형이정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혁괘가 세속의 개혁이나 혁명에 국한하지 않고 바로 ‘천도혁명天道革命’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가 되어 만인이 공감하는 혁명은 천도에도 부응한다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동양에는 천명사상天命思想이 있었습니다. 천명이란 하늘을 주재하시는 상제님의 명에 따른다는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하늘의 뜻에 부합되며 천하를 다스리는 군왕의 도[王道]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천지 정신이 충족되는 천도혁명은 인간은 물론 하늘땅까지 공감하므로 파리 죽은 귀신조차 원망이 붙지 않습니다(元亨利貞 悔亡). 그러므로 천도혁명 주체 세력인 태을랑들은 천도사덕(원형이정)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너희들은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해코지하지 말고, 남의 험담을 하지 말고, 매사에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나아가거라. (8:31:1)

원형이정으로 성경신 석 자를 일심으로 잘 지켜 수행하라. 찾을 때가 있으리라. (11:248:3)


탕왕과 무왕이 혁명을 하니


다음은 괘사를 풀이한 공자의 단전을 보겠습니다.

彖曰(단왈) 革(혁)은 水火(수화) 相息(상식)하며 二女(이녀) 同居(동거)하되
단전에 이르길 혁은 물과 불이 서로 쉬게 하며, 두 여자가 함께 거처하되

其志不相得(기지불상득)이 曰革(왈혁)이라 已日乃孚(이일내부)는 革而信之(혁이신지)라
그 뜻을 서로 얻지 못함이 혁이라. 날이 차야 이에 믿는다는 것은 고쳐서 미더움이라.

文明以說(문명이열)하야 大亨以正(대형이정)하니 革而當(혁이당)할새 其悔(기회) 乃亡(내망)하니라
문명해서 기뻐하여 크게 형통하여 바르니, 고쳐서 마땅하기 때문에 그 뉘우침이 이에 사라지느니라.

天地(천지) 革而四時(혁이사시) 成(성)하며 湯武(탕무) 革命(혁명)하야
천지가 바뀌어서 사시가 이루어지며, 탕왕과 무왕이 혁명을 해서

順乎天而應乎人(순호천이응호인)하니 革之時(혁지시) 大矣哉(대의재)라
하늘에 순종하고 사람에게 호응하니 혁의 때가 크도다.


택화혁괘는 위의 물(水,☱)과 아래 불(火,☲)이 서로 상극이라서 멸식滅息하고 있습니다(革 水火 相息). 그리고 태소녀兌少女(☱)와 리중녀離中女(☲)가 위아래로 한집에 거주하지만(二女同居) 장성하면 각자 다른 데로 시집가므로 운명은 달라집니다(其志不相得). 이처럼 혁革이란 물과 불이 함께 있을 수 없고, 두 여자가 한집에 있을 수 없듯이 근원적으로 고쳐져야 합니다.

날이 차야 믿게 된다는 것은 모든 일에는 때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일이든지 적기適期에 해야 수긍하고 믿게 된다는 것입니다. 역사의 교훈을 봐도 특히 기존 질서를 뒤엎는 혁명은 때를 놓쳐 늦게 거사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너무 빨라도 실패합니다. 그야말로 하늘의 때(天時)와 사람의 때(人時)가 서로 맞아야 만인의 공감에 힘입어 성공할 수 있습니다(已日乃孚 革而信之).

그리고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내적으로는 명석하게 일머리를 가다듬고 외적으로는 사심 없이 대중이 바라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추진한다면 그 개혁은 정당성 확보는 물론 성공할 수 있기에 후회할 일은 없어집니다(文明以說 大亨以正 革而當 其悔乃亡).

천지도 음양 변화로 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어 춘하추동의 사시四時로 이루어집니다(天地 革而四時 成). 하물며 인간사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탕湯이라는 성군聖君은 하夏나라 걸桀의 폭정으로 인해 백성들의 원성이 쌓이고 넘쳐 나자 마침내 하나라를 멸하고 은殷나라를 세웠습니다, 또 무武라는 성군은 은나라의 폭군 주紂가 극악무도한 정치를 펼치자 하늘의 뜻을 받들어 은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를 세웠습니다. 성군聖君의 대명사로 불리는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이 일으킨 혁명은 하나라의 걸과 은나라의 주가 폭정으로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자 하늘의 명에 순종하고 백성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즉 천명과 인심에 호응하는 순천응인順天應人을 한 결과입니다(湯武 革命 順乎天而應乎人). 이처럼 개혁이나 혁명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특히 하늘의 명에 따르는 천도혁명은 ‘그때의 정신’이 크다는 것입니다(革之時大矣哉).

이번에는 상제님의 진리로 살펴보겠습니다. 가을개벽이라는 천도혁명은 상제님 말씀처럼 “물샐틈없이 도수를 굳게 짜 놓았으니 제 한도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려서”(5:416:1~2) 때가 되면 “내 일은 꼭 된다. 물샐틈없이 꼭 된다.”(6:65:12)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상제님께서 짜 놓으신 모사재천謀事在天보다 현실적으로 천도혁명을 이루는 천하사 일꾼들의 성사재인成事在人이 더욱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일꾼은 천지일월天地日月 사체四體의 도맥과 정신을 이어받아 천지대업을 개척하여 후천 선경세계를 건설하는 자”(도전 8:1:5)이기 때문입니다.

천명에 순응하여 천도혁명을 집행하는 육임군 의통사령관들은 천지의 네 가지 정신(원형이정)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성경신 주장하여 원형이정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면 정의가 승리한다. (7:3:9~10)


아울러 때의 정신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상제님께서 “지금은 온 천하가 가을 운수의 시작으로 들어서고 있는 때”(2:43:1)라서 “이때는 가을 운의 대의大義로써 불의를 숙청하고 의로운 사람을 은밀히 도와주나니 너희들은 정의와 일심에 힘써 만세의 큰 복을 구하라”(2:43:3,5)고 당부하셨습니다.

천지와 사시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역사 발전도 이루어집니다. “옛적에는 신성神聖이 하늘의 뜻을 이어 바탕을 세움(繼天立極)에 성웅이 겸비하여 정치와 교화를 통제관장”(2:27:2)하는 도정道政 시대였습니다. 그러므로 탕왕과 무왕, 두 성군은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역성혁명易姓革命을 하였던 것입니다.

선천의 도정(道政)이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에서 그쳤느니라. (2:27:1)


탕왕과 무왕의 두 성군에 의한 역성혁명이 선천 도정의 종지부를 찍었다면, 천하사 일꾼인 태을랑들이 하느님의 명(天命)을 확실히 깨달아 천지의 정신(원형이정)으로 깨어 있어야 후천 도정의 시작을 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제님께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다녀야 한다.”(7:23:4)고 하셨으며 “대개벽의 때를 알리는 우주의 시명時命과 가을 대개벽을 선언하는 신호에 귀가 밝아야 한다.”(7:23:5 및 측주)는 경계의 말씀을 내려 주셨습니다.


역曆을 다스리고 때를 밝히니라


다음은 대상전입니다.

象曰(상왈) 澤中有火(택중유화) 革(혁)이니 君子(군자) 以(이)하여 治歷明時(치력명시)하나니라.
대상전에 이르길 못 가운데 불이 있는 것이 혁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역법을 다스리고 때를 밝히느니라.


혁괘의 괘상은 위는 못괘, 아래는 불괘로 연못 속에 불이 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혁이란 소식영허消息盈虛하며 바뀌고 변화하는 천도의 운행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천지일월의 변화이법이 바로 역법曆法에 담겨 있습니다.

군자는 이러한 혁괘의 상을 본받아서 책력을 만들고 천시天時를 밝힌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새 왕조를 열면 반드시 역법과 법령, 예악 등을 고쳐서 민심을 통합하였습니다. 후천 가을 선경세계의 역군, 태을랑들도 천도에 순응하여 개벽의 문이 열리는 천시天時에 대비하여야 창생들을 무사히 살려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도혁명 완수 후에 사용하는 후천 책력은 선천의 불완전한 윤역閏曆(365와 4분의 1일)에서 완벽한 정역正曆(360일)으로 바뀝니다. 이러한 선후천 역수변화曆數變化의 이치를 밝힌 분이 바로 김일부 대성사입니다.

내가 천지간에 뜯어고치지 않은 것이 없으나 오직 역(曆)만은 이미 한 사람이 밝혀 놓았으니 그 역을 쓰리라. (5:21:5)


혁괘의 초구효입니다.

初九(초구)는 鞏用黃牛之革(공용황우지혁)이니라
초구는 누런 소의 가죽을 굳세게 쓰느니라.

象曰(상왈) 鞏用黃牛(공용황우)는 不可以有爲也(불가이유위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공용황우는 가히 할 일을 두지 못하기 때문이라.


혁괘는 혁명을 한다는 괘로 양효가 맨 처음 나온 초구는 혁명을 준비하는 단계로 아직 나설 때가 아닙니다. 때를 기다리며 차분히 거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누런 소(黃牛)에서 황黃은 방위로 ‘중中’ 오행으로 ‘토土’이고, 우牛는 ‘곤坤’이며 ‘순順’입니다. 즉 누런 소는 중순中順한 마음으로 천도혁명의 때를 진득하게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믿기를 활 다리듯 하라. 활 다리는 법이 너무 성급하면 꺾어지나니 진득이 다려야 하느니라. 나의 일은 운수 돌아 닿는 대로 될지니 욕심부리지 말라. (8:112:2,3)


‘누런 소가죽을 굳세게 쓴다(鞏用黃牛之革)’를 비사체秘辭體로 풀어 보면, ‘누런 소(黃牛)’는 혁명 전야까지 의통육임군인 혁명군革命軍들이 마음 한가운데(黃=中)에 도심주道心柱를 단단히 박아 놓고 혁명군가革命軍歌인 태을주(牛)를 북(
(*)
革: 가죽으로 만든 악기) 장단에 맞추어 굳세게 노래 불러야(鞏用) 한다는 것입니다. 즉 추살개벽 전까지 태을랑들은 포교와 도공道功 등 태을주 수행을 많이 하여 개벽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革: 조선 시대 종묘제례악에서 악기 편성의 원칙 중 하나로서, 악기를 구성할 때는 ‘팔음八音을 모두 구비한다’는 기준에 따라 여덟 가지 재료, 즉 쇠[金], 돌[石], 실[絲], 대나무[竹], 박[匏], 흙[土], 가죽[革], 나무[木]로 만든 악기를 빠짐없이 갖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덟 가지 재료는 세상의 이치를 여덟 개의 부호로 압축한 팔괘八卦와도 관련된다.


소상전에도 혁명을 준비하는 때라서 굳게 지키기를 소가죽으로 묶어 놓은 것처럼 하라고 합니다. 상제님께서도 “입 무겁기를 곤륜산같이 하고 마음 깊기를 황하수같이 하라”(8:6:3)고 경계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우연히도 초구에는 ‘가죽’을 뜻하는 革이라는 글자가 두 번씩이나 들어가 있어 ‘소가죽보다 질긴 OO’라는 말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안다고 하여 망령되이 움직여 말로 세상일의 기밀을 많이 누설하면 살 수가 없느니라. (8:12:3,8)


참고로 동물의 가죽을 뜻하는 피皮와 혁革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피皮’는 짐승으로부터 바로 벗겨 털이 붙어 있는 생가죽(모피毛皮, 호피虎皮 등)을, ‘혁革’은 털을 뽑아내고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가공한 가죽(혁대革帶 등)을 말합니다.

고치는 데 아름다움이 있으리



六二(육이)는 已日(이일)이어서 乃革之(내혁지)니 征(정)이면 吉(길)하야 无咎(무구)하리라
육이는 이제 날이 차서 이에 고치니 나아가면 길해서 허물이 없으리라.

象曰(상왈) 已日革之(이일혁지)는 行有嘉也(행유가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날이 차서 고친다는 것은 나아감에 아름다움이 있음이라.


육이六二는 내괘에서 가운데(中) 있으며 바른(正) 자리에 있어 중정中正합니다.

또 음효로 순順해서 중순中順한 덕이 있습니다. 육이야말로 혁괘에서 말하는 혁명의 D-day인 것입니다. 이제 때가 무르녹아 드디어 새 시대를 여는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육이는 내괘의 백성들로부터 외괘의 구오 군왕에 이르기까지 정응正應에다 위아래가 잘 맞으니 혁명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천의 묵은 기운을 후천 새 생명의 기운으로 고치는 천도혁명도 천지인이 다 함께 기운을 몰아주어야 가능합니다.

천지에서 위해야 날이 닥치고 시간이 되어야 날이 닥치느니라. (7:3:3)


九三(구삼)은 征(정)이면 凶(흉)하니 貞厲(정려)할지니
革言(혁언)이 三就(삼취)면 有孚(유부)리라
구삼은 가면 흉하니 올바르게 하여도 위태로우니 고치자는 말이 세 번 나오면 미더움이 있으리라.

象曰(상왈) 革言三就(혁언삼취)이니 又何之矣(우하지의)리오
소상전에 이르길 고치자는 말이 세 번 나오면 또 어디에 가리오.


구삼은 양陽이 양 자리에 있어 강하기만 하지 중中을 얻지 못해 불안하며 구오(군왕)와도 같은 양효라서 서로 응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래에서 인심도 못 얻었고 또 윗사람들에게 인정도 못 받는 상태에서 오로지 자신의 힘만 믿고 혁명을 한다면 실패하게 됩니다(征凶). 또한 내괘의 끝에 있어 위태롭기 때문에 항상 처신을 올바르게 해야 합니다(貞厲). 그러므로 어떤 큰일을 하려면 독단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되고 세상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은 다음에 신중하게 실행에 옮겨야 뭇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革言 三就 有孚) 또한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又何之矣). 특히 혁명 같은 큰일은 위아래에서 충분히 여건이 성숙되었을 때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니 천지개벽을 자꾸 바라지 말라. 어찌 그리 조급하게 굴며 하늘을 이기려 하느냐. (8:76:10,11)


九四(구사)는 悔亡(회망)하니 有孚(유부)면 改命(개명)하야 吉(길)하리라
구사는 뉘우침이 사라지니 믿음을 두면 천명을 고쳐서 길하리라.

象曰(상왈) 改命之吉(개명지길)은 信志也(신지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천명을 고쳐서 길함은 뜻을 믿음이라.


구사는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온 자리로 불안정합니다. 내괘에서 거사를 모의하여 뭇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마침내 혁명을 성취하였습니다(悔亡). 이제는 온 백성들이 한마음으로 새 나라의 국가 비전과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새로운 인재를 능력에 따라 중용해야 합니다(有孚 改命). 이렇게 함으로써 혁언삼취(구삼)의 ‘혁革’과 개명(구사)의 ‘명命’이 합해져 명실상부한 ‘혁명革命’이 되는 것입니다.

진리적으로 말하면 3년 추살개벽 상황을 모두 수습하고 후천의 새 세상이 열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후천선경 건설을 시작할 때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죄罪로 먹고살던 선천에서 선善으로 먹고사는 후천이 되어 웃음꽃을 피워 가며 살아가게 됩니다. 상제님의 뜻을 받들어 가을개벽의 대역사에 동참하여 마침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일심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소상전은 말하고 있습니다.

일심이면 천하를 돌리는데 다른 무엇이 필요하겠느냐? (8:81:3)


대인이 호변虎變하니


九五(구오)는 大人(대인)이 虎變(호변)이니 未占(미점)에 有孚(유부)니라
구오는 대인이 호랑이로 변하니 점을 치지 않아도 미더움이 있느니라.

象曰(상왈) 大人虎變(대인호변)은 其文(기문)이 炳也(병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대인이 호랑이로 변함은 그 무늬가 빛남이라.


구오는 외괘인 태상절(☱) 못괘에서 중中을 얻고 바른(正) 자리에 있어 중정中正이며 혁괘의 주효主爻입니다. 구오지존의 대인은 서로 응하는 육이와 힘을 합쳐 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합니다. 태괘兌卦는 서쪽, 가을, 흰색이며, 구오九五 자리는 군왕이니까 동물로 치면 산군山君인 호랑이입니다.

그러므로 혁괘의 구오는 백호白虎가 되어 여름(☲)에서 가을(☱)로 철이 바뀌면서 털갈이를 합니다. 호랑이 털은 더운 여름엔 듬성듬성 났던 것이 찬 바람이 부는 가을철이 되면 조밀하게 나서 털 색깔도 반들반들 윤이 나고 아름답습니다. 호랑이가 가을에 온몸의 털을 모두 털갈이[虎變]하듯 혁명이란 것도 완전히 뜯어고쳐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호랑이는 그 기상이 웅혼하여 삿된 기운을 제어하는 상징으로 많이 쓰입니다.

이런 호랑이로 대변되는 지도자가 주도하는 혁명은 굳이 점을 치지 않아도 성공하리라고 사람들이 믿습니다.

진리적으로 해석하면, 주역 상경(선천) 중천건괘의 구오대인九五大人처럼 하경(후천)의 택화혁괘에도 똑같이 구오대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건괘의 구오대인’은 비룡재천飛龍在天하는 ‘용대인龍大人’이시며, ‘혁괘의 구오대인’은 호변재전虎變在田하는 ‘호대인虎大人’이십니다. 용대인은 선천에서 후천을 모사재천謀事在天하시며 호대인은 선천에서 후천을 성사재인成事在人으로 건설하십니다.

건괘의 상제님께서는 천상에서 천지개벽을 기획(飛龍在天)하는 감독관(龍大人)이시고, 혁괘의 대두목께서는 지상에서 추살개벽을 인사로 집행(虎變在田)하는 집행관(虎大人)이십니다.

태전(太田)은 현룡재전(見龍在田)이요 여기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이니라. (3:84:3)


단전에 탕왕과 무왕을 천도혁명의 롤 모델로 등장시킨 것은 성聖과 웅雄을 겸비한 분으로서 하늘의 뜻(天命)에 순응하여 도정道政을 편 성군聖君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탕왕과 무왕은 다가오는 가을개벽을 성사재인하시는 일월日月의 두 분 대사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인자하신 대인이 사나운 호랑이로 변한다(虎變)는 것은 미증유로 벌어지는 천도혁명의 강도가 엄청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삼계가 다시 태어나는 “천갱생天更生 지갱생地更生 인갱생人更生”의 천지혁명입니다. 어느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파천황적인 대변혁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인이 표효하는 호랑이로 변할 때, 일만 이천 도통군자로 대표되는 의통육임군 역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도권道權과 위격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未는 미시未時를 뜻하며 바로 선후천이 바뀌는 가을개벽 시간대를 말합니다. 즉 괴병이 온 천하에 퍼져서 ‘미未 치고 환장換腸하는’ 즉 오장육부가 뒤바뀌는 환장도수換腸度數가 열리는 때입니다. 오전에서 오후로,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자연이법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듯이 추살개벽 또한 반드시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점을 쳐 볼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천지의 원주인 되시는 상제님께서도 “내 일은 꼭 된다. 물샐틈없이 꼭 된다.”(6:65:12)라고 확언하셨습니다. 호대인虎大人이 총사령관이 되어 집행하는 천지혁명은 “선천 상극 세상의 일체 그릇됨을 개혁하시어 후천 선경세계를 건설하시고 억조창생의 지각문(知覺門)을 열어 주시어 불로장생의 지상낙원에서 영생케 하는”(4:1:4~5) 하늘과 땅이 함께 성공하는 ‘천지성공’입니다.

군자 표변, 소인 혁면


上六(상육)은 君子(군자)는 豹變(표변)이요. 小人(소인)은 革面(혁면)이니
征(정)이면 凶(흉)코 居貞(거정)이면 吉(길)하리라
상육은 군자는 표범으로 변하고, 소인은 낯만 고치니 나아가면 흉하고 바른 데 거하면 길하
리라.

象曰(상왈) 君子豹變(군자표변)은 其文(기문)이 蔚也(위야)오.
小人革面(소인혁면)은 順以從君也(순이종군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군자가 표범으로 변함은 그 무늬가 성함이요 소인이 낯만 고침은 순종해서 임금을 따름이라.


상육은 혁명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대인과 군자는 혁명 주체 세력으로 불합리한 폐습을 혁파하고자 여러 가지 개혁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군자는 혁명의 실무 책임자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고쳐서 거사에 성공하여 그 공적을 높이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소인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물결에 마지못해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인은 두 마음을 품고 있어 겉과 속이 다릅니다.

너희는 낡은 삶을 버리고 새 삶을 도모하라. 묵은 습성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그 몸이 따라서 망하느니라. (2:41:2~3)


그렇다고 소인을 완력으로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어렵더라도 군자가 모범을 보여 소인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본을 본받아서 깨쳐야 한다. (8:10:2)


상육은 마침내 후천개벽의 대업을 이루었습니다. 광구창생을 위해 생사를 넘나들며 지난한 가시밭길을 걸으시며 천지대업을 완수하신 인사의 대권자와 청춘을 바쳐 모든 것을 불사른 일만 이천 군자들을 위시한 일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복록을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천하사 일꾼들에 의해 후천 오만 년 선경세계에서 살아가게 된 창생들은 그 은혜에 보답하고 가르침에 따르게 됩니다.

이후에 세계의 만백성들이 너희들을 맞아다가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차려 놓고 한바탕 풍류를 펼쳐 크게 환대하리라. 그때 너희들의 영락이 지금 내 눈에 선연하니라. (7:5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