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B다시보기 | 역사대담 1회 - 한-일의 과거와 현재의 대화 (1부)

[STB하이라이트]

사회자: 김철수 중원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
대담자: 남창희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금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의 문제를 넘어서 경제보복까지 진행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한일관계의 갈등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까요. 우리 역사의 참모습을 탐구하는 역사대담에서는 한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을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찾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Q 김철수 교수: 제가 교수님을 정치외교학과 교수님으로 소개시켜 드렸는데요. 융합고고학과 교수도 맡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융합고고학과는 생소한 학과인데, 어떤 분야의 학과인지 궁금합니다.

A 남창희 교수: 요새는 학문과 학문의 벽을 깨고 학문간의 융합이 대세입니다. 융합고고학은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 부분들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역사분야의 학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김철수 교수: 역사라고 하면 역사학자들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역사가 대중화되고, 일반화되는 긍정적인 현상들이 생겨났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남창희 교수: 저는 30년 이상 일본을 연구해왔고 한일관계를 지켜봐 왔는데요. 최근 2~3년간의 한일관계는 안타깝습니다. 사실 한일양국은 협력을 하면 서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문제도 일본이 협조를 하면 많은 것들을 풀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역제재, 수출규제가 되고 있고 심지어 최근에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보이콧과 일본의 비자문제 등이 생겨나면서 감정이 격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일본과 #화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본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김철수 교수: 네, 저도 교수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럼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한일관계의 전망은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남창희 교수: 현재 한일관계에 대해 전세계가 주시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일본은 현재 세계 3위의 경제대국입니다. 또 한국도 만만치 않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입니다. 이런 경제대국이 서로 무역제재를 하고 감정이 격화되고 있는 모습에 대해 특히 미국은 중요한 동맹국들끼리 싸우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중국은 이런 한일간의 갈등을 은근히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씀 드리면 일본은 도쿄올림픽이라는 큰 국제행사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극단적으로 망가뜨리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우리도 북한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일본의 역할도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한일관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한일갈등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을 해봅니다.

Q 김철수 교수: 교수님께서는 한일관계가 위험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 보시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전망하시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남창희 교수: 제가 작년에 출판한 『#한일관계 2천년#』이란 책의 내용을 잠시 소개해드리면 이 책에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론들과 함께, 현대 국제관계 이론에 대해 생각해볼 부분들에 대해 정리를 해놓았습니다. 현대 국제관계는 자유주의, 현실주의, 구성주의라는 3대 패러다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현실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단 한일 양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미중경쟁 구도 속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런 현실적인 부분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미국과의 동맹이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극단적으로 갈 수 없는 제한적인 요소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양국간의 무역이 많을수록 갈등이 많아지면 서로 손해가 되기 때문에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한일관계는 무역 갈등을 빚고 있지만 경제협력은 계속 진행중입니다. 이런 점이 한일관계가 극단적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자유주의에서는 민주평화론이란 내용이 있는데요.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므로 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일본이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냐라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지만 동아시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보기 때문에 민주평화론의 관점에서 극단적인 선택이나 결과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김철수 교수: 교수님께서 쓰신 책이 ‘화해의 실마리’란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한일 양국은 서로가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결국 협력과 공존해 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A 남창희 교수: 네 그렇습니다. 추가로 좀 전에 말씀드린 3대 패러다임 중에 구성주의적 관점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면, 한일 양국이 공통의 역사나 문화가 있고 이런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내용이 교류되면서 더욱 확산되면 갈등적인 정체성보다는 상호교류하고 협력하는 정체성이 배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이 책에는 구성주의적 패러다임을 끌어와서 한일관계의 실마리를 찾는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Q 김철수 교수: 교수님께서는 한일 양국이 불신하고 갈등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A 남창희 교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근현대사에서의 잊지 못하는 아픔도 있는데요. 일본의 둔감증도 사실 큰 문제입니다. 자기들이 가해자임에도 가해했던 사실들을 자꾸 잊어버리고 피하려고 하는 부분인데요. 여기에 양국의 언론과 미디어가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을 보도하게 되면 갈등이 확대되고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한일 양국의 갈등문제를 좀더 근원적으로 연구해보니 ‘임나일본부설’이 나왔습니다. 이 임나일본부설이 19세기말 요시다 쇼인이라고 하는 일본의 병법학자가 내세운 ‘정한론’과 바로 이어지게 되면서 한일 양국간의 불행한 과거를 만들어내는데요. 임나일본부설이 되살아나서 근현대 한일관계를 불행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최근에는 ‘新정한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2천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근원적인 뿌리에서 갈등문제를 풀어보자는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한론(征韓論): 1870년대를 전후하여 일본 정계에서 강력하게 대두된 조선(朝鮮)에 대한 침략론


Q 김철수 교수: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독특한 사회구조인 후견-피후견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런 관계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남창희 교수: 일본의 경우 후견-피후견의 관계가 광범위하고, 정권의 핵심부에 단단히 형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이런 후견-피후견 관계의 기원을 생각해보면, 한반도의 백제가 중국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모용수한테 패퇴해서 고립된 서부여 세력과 상하 유착관계가 형성됩니다. 백제가 후견인이 되고 서부여 세력이 무사단이 되어서 일본 열도 개척의 첨병으로 무사단이 보내지게 됩니다. 이렇게 백제가 서부여 세력과 후견-피후견의 관계가 되어 일본 열도를 침식해가는 과정에서 일본의 후견-피후견 사회구조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백제가 왜와 관계를 맺을 때 왜는 백제의 충실한 동맹국이자 피후견국이었습니다. 즉 일본의 국가수립과정에서 백제와의 후견-피후견의 관계가 문화로 자리잡았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한일 양국간의 긴밀했던 관계와 현재 벌어지는 갈등의 근원적인 이유까지 모두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고대사의 굴절에 충격을 줘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