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건강칼럼 | 음식의 다섯 가지 맛, 오미 제대로 알고 먹자(2)

[건강]

- 단맛, 매운맛, 짠맛


지난 칼럼에 이어 음식의 5가지 맛 중 단맛, 매운맛, 짠맛과 건강에 대해 논해 보겠습니다.

단맛


단맛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단맛은 완만緩慢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완만하게 한다는 것은 긴장된 몸을 풀고, 급한 마음을 느슨하게 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꿀의 단맛은 꽃 속에 들어있는 사랑의 묘약
서양 사람들은 신혼여행을 ‘Honeymoon’이라고 하는데 한 달간 벌꿀의 단맛을 즐기며 신혼생활을 하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벌꿀은 포도당을 비롯한 단당류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농도가 깊을수록 단맛의 강도는 더 세진다. 수분은 보통 17%이고 나머지 고형분(83%)은 당분으로서, 81%는 거의 같은 양의 과당과 포도당으로 되어 있으며 슈크로스sucrose는 약 2%이다. 이 슈크로스를 설탕이라고도 하는데,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이 설탕(이당류)은 눈처럼 흰 가루와 같다 하여 설당雪糖이라고 했고, 그 뒤 설탕이라고 음가 전환이 된 것이다.

꿀의 당분은 원래 꽃에 있던 슈크로스가 꿀벌의 입에서 나오는 효소의 작용으로 과당과 포도당으로 변화된 단당류이기 때문에 흡수가 쉽고 칼로리원源으로서도 좋고, 속효성速效性이 있기 때문에 영양가가 높다. 예로부터 약용으로도 귀중하게 사용되어 왔으며, 꿀차나 제과원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포도당, 과당, 슈크로스를 제외하고도 다양하고 특수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 특수 성분은 벌꿀의 빛깔과 풍미를 결정하며 원료 꽃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꿀의 원료가 되는 식물로서는 유채·메밀·싸리나무·아카시아·밤나무·감나무·밀감나무·클로버·자주개자리 등이 있다. 1kg의 꿀을 얻기 위해서는 560만 개의 꽃을 찾는다고 하며 보통 벌 1통에서 10∼13kg의 꿀을 얻을 수 있다. 보통은 봄에 꽃이 만발하고 벌의 활동이 왕성할 때 꿀을 채취하고 그 색깔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데. 동일한 꽃에서 만든 꿀 중에서는 색깔이 진할수록 그 농도가 높고 등급이 높다.

저혈당 관련 증상의 병이 날 때에는 감미가 묘약
예전부터 현기증에 꿀차를 마셨고, 과음 후 숙취 시, 식중독으로 인한 과다 구토 시에도 꿀을 아주 약하게 타서 먹어 그 효과를 보았는데, 저혈당과 전해질 이상 상태를 꿀차를 통해 정상으로 돌린 것이다. 꿀이 없다면 설탕물을 연하게 타서 마시게 하는 것도 좋다.

여기서 연하게 타라는 것이 핵심이다. 단맛(甘味)이 너무 강하면 습토濕土가 태과해서 기기氣機를 막아서 체기가 생긴다든지, 오히려 구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전해질이 부족하고 혈당이 부족한 상태를 급하게 해결하려고 너무 강한 단맛을 주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원이 되면서도 성장과 면역에 중요한 감미甘味
감미甘味는 꿀을 비롯하여 모든 과실, 일부 뿌리, 곡식류에 들어 있는데, 이는 아이들 성장에 중요한 인자가 된다. 곡물류를 비롯한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이당류, 단당류로 점점 분해되어 가는데, 단당류로 많이 분해되어 갈수록 달콤함을 느끼게 된다. 음식물이 달콤할수록 이미 탄수화물이 단당류로 분해된 것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므로, 달콤할수록 빠른 에너지원이 되는 셈이다. 포도당 한 분자는 바로 해당 과정에 들어가서 TCA 사이클로 들어가 38ATP를 생성하니, 포도당 같은 단당류가 훌륭한 속효성 에너지원이 된다.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고 휴식하는 시간대에는 이 단당류들이 글리코겐으로 합성되어 근육에 저장되거나 지방으로 합성을 하게 되므로 에너지가 저장, 비축되는 것이다. 마치 전쟁하지 않을 땐 전쟁 물자를 비축해서 쌓아 두는 것처럼.

최근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당류 200종 중 딱 8종만이 당사슬을 형성해서 세포막 바깥 표면을 구성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자일로스, 퓨코스, 갈락토스, 포도당, 만노즈, N–아세틸갈락토사민, N–아세틸글루코사민, N–아세틸뉴라민산 등 8가지다. 이 8가지 단당류는 독립적인 당사슬을 이루기도 하고 단백질이나 지질과 결합하여 당단백, 당지질을 이루는데, 호르몬을 인지하는 수용체들로서 작용하기도 하고 외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인지하는 기능을 하는 등, 호르몬 조절의 신호체계 및 면역의 신호체계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키key가 되는 것이다.

세계 당질영양학회에서는 이 당사슬을 ‘세포계의 달콤한 언어’라 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의대 교과서인 하퍼 생화학에서도 ‘생명의 당 부호(sugar code of life)’라고 소개되어 있다. 사람 간에 있어서도 사회를 유지하고 조절하기 위해서는 언어나 문자가 필수가 되듯이 세포 간의 부호나 언어는 인체를 조절하는 중심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성장에 있어서 단백질과 칼슘만이 특히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현대에는 당사슬을 이루어 세포막 바깥쪽을 무수히 싸고 있는 이 당분들이 내 몸의 살을 찌우는 데도 중요하며, 세포분열을 하는 데 키key가 되는 당사슬들이 발견되면서 인체 성장에 가장 중요한 영양분이 된다고 보고 있다.

비장은 중앙에서 육부의 기능을 통제하여 음식물을 받아들인다
서양의학에서는 내부장기를 그 생김새와 구역별로 나눠 organ(기관)이라고 일괄 표현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오장五臟과 육부六腑를 나눠 보는데 오장은 정기精氣를 저장하기 때문에 저장할 장藏 자를 써서 오장이라고 부르고, 육부六腑는 음식물의 단순 통로이자 일시적인 저장고이기 때문에 곳간 부府 자를 쓴다. 육부란 음식물의 이동 통로이자 창고 역할을 하는 여섯 개의 장기라는 뜻이다. 오장 중에서 음식물을 통해 수곡의 정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비장脾臟이 중앙中央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비장은 육부六腑(쓸개, 위, 소장, 대장, 방광, 삼초)를 통제하여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오미五味의 정미로운 성분을 뽑아내게 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오미五味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원천적인 에너지원인 단맛(甘味)인 것이다. 단맛이 오미五味 중에 중심이다. 단맛을 과도하게 먹는 요즘에는 설탕을 포함한 단맛을 줄여야 할 혐오식품 또는 다이어트의 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곡류를 주식으로 해서 ‘밥’을 지어 먹거나 빵을 만들어 먹으며 인류가 살아간다는 것은 감미甘味를 중앙으로 하고 나머지 맛(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을 곁들여 살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쌀 미米 자에는 사방팔방으로 기운을 보낸다는 뜻이 있고, 농부가 봄에 씨앗을 내고 난 후, 가을에 수확할 때까지 팔십팔八十八 번의 손길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쌀을 중심으로 한 곡류에는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아미노산과 지방산도 들어 있어서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성장의 동력원도 되는 것이다.

감미甘味는 한의학에서 비장脾臟을 생성하고, 비장脾臟에 의해서 통제됨
이러한 곡물로 대표되는 당들은 감미甘味로 귀속되는데, 동양의학에서는 이 오미 중 감미(단맛)가 특히 비장의 형체를 만드는 것으로 여겨 왔다. 비장은 위, 소장, 대장 등 각 소화기관을 비롯한 모든 육부의 의미를 포괄하는 것이다. 단맛 즉 밥을 잘 먹어야 소위 뱃구레가 넓어지면서 성장을 이루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소화기관이 작으면 음식물을 많이 받아들이지 못하여 몸도 튼튼하게 성장하기 힘든 것처럼, 감미 즉 곡물 밥을 우선 잘 먹어야 몸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비장의 기운을 약하게 타고나서 뱃구레가 작은 소음인들이나, 소음인이 아닌 체질이라도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들은 흡수되는 당의 절대량이 적기 때문에 조금만 과로해도 저장해 놓은 글리코겐이 적어서 쉽사리 저혈당 상태에 빠지기 쉽고, 근육량이 적어서 마르고 왜소한 체격이 되기 쉽다. 이러한 체질들이 너무 힘든 일을 하면 혈당이 갑자기 적어져서 현기증이 오거나 손떨림의 증상이 올 수 있다.

또한 동양의학에서 비장脾臟이란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비장(spleen)이 아니라 췌장(pancreas: 이자)을 말한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여 소장에서 한 번 더 음식이 잘게 부스러져 흡수에 용이한 상태가 되게끔 한다. 또한 이 췌장(=이자)은 당 조절의 중추다. 췌장 알파α세포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은 저장된 당 합성체인 글리코겐을 분해하여 혈액 내 당을 올리는 역할을 하고 베타β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혈액내 당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요약해 보면 성장기에 단맛은 췌장을 비롯한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지만, 성장하고 난 후 당을 흡수, 조절하는 데 있어서는 췌장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의 적 단맛甘味, 주된 해법은 슬로푸드
영양부족과 저혈당이 주된 병의 요인이었던 예전과는 거꾸로, 요즘에는 과한 당 때문에 당뇨병 등의 대사장애가 오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은 그 자체로도 무기력, 피로감 등을 일으키지만, 2차적으로 일으키는 질환이 많기 때문에 갑작스런 체중 감소와 빈뇨, 구갈, 피부 이상, 눈 이상 등이 온다면 당뇨병을 의심해야 한다. 현대 도시인은 농경사회에서 힘을 많이 썼던 옛사람들에 비해서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당류를 과식하게 되어 당뇨병이 소리 없이 찾아올 수 있다.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에 운동량이 적어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으면 당류가 많은, 즉 단맛의 음식이 당기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당뇨는 어느덧 현대인에게 소리 없이 찾아오는 대사질환의 1등 대명사가 되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바쁜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기는 쉽지 않더라도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패스트푸드fast food를 슬로푸드slow food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바쁜 시간에 쉽게 구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당지수(GI: Glycemic index)가 높은 음식으로 구성이 되며 먹는 속도 또한 빠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혈당을 올리게 된다. 즉 GI가 높은 음식, 시간당 당이 혈액 내에 빨리 유출되는 음식은 특히 밀가루 음식, 가공식품(특히 튀김류)들이 해당되는데 이 음식들은 당뇨병 발생의 간접 인자가 된다. 패스트푸드의 반대어인 슬로푸드라는 말은 식사만큼은 천천히 즐기자고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운동인데,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아직도 식사 시간이 너무 짧고, 음식을 급하게 먹는다. 특히 점심시간을 조금 더 여유 있게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혼자 노력해서는 안 되고 전 사회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노동시간의 양보다 질을 높인다면 점심시간을 1시간 정도로 짧게 두는 것이 아니라 1시간 30분~2시간 정도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GI가 낮은 음식을 찾으려면 아무래도 뿌리채소나 버섯류 등 덜 단 음식을 찾거나 곡물류라도 껍질 채 먹는 것이 좋다. 과당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과일도 당을 많이 높일 수 있는데, 농약 피해가 덜한 유기농 과일들의 경우는 과일을 식초 등에 잠시 담가서 껍질에 조금이라도 묻어 있는 농약이나 보존 화학약품을 깨끗이 씻어 낸 다음, 껍질 채 먹는다면 껍질 속 섬유질 때문에 당의 흡수 시간이 길어지고 대변도 쾌변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좋다. 곡물은 귀리를 믹스해 먹는 오트밀oatmeal을 한 끼 대용식으로 한다든지, 도정을 덜한 현미밥을 꼭꼭 씹어 먹는 식으로 하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육류는 부침가루나 튀김가루를 가미해서 요리하는 것보다 육류 그대로 요리를 하거나 탕이나 찌개 등으로 먹어야 과도한 당 섭취를 줄일 수 있다.

매운맛


매운맛은 현대 과학상으로는 통각痛覺과 열감(온도감각)이 복합된 피부감각에 속한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을 향신료香辛料라고 하는데, 이 향신료 성분은 각종 화합물이 있어 매운맛의 강약이나 방향芳香 등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무취성 성분과 자극취성(자극적 냄새가 있는) 성분과 방향성(그윽한 향기가 있는) 성분이 그것이다.

무취성 성분에는 고추의 캡사이신, 후추에 들어 있는 피페린이나 채비신, 산초에 들어 있는 산초올이 있고, 자극취성 성분은 겨자씨(겨자씨로 만든 고추냉이) 속에 있는 겨자유나 파 속에 들어 있는 황화아릴이 있다. 또한 방향성 성분에는 생강 속에 들어있는 신나밀알콜 등이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맛을 조정하여 식욕을 촉진시킴과 동시에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요리에는 재료에 어울리는 향신료를 골라서 이용하고 있다.

매운맛은 기의 발산작용이 있으며 폐肺를 건강하게 도와준다
매운맛의 성질은 발산작용이다. 매운맛을 먹고 나면 온몸의 열이 피부 쪽이나 머리 쪽으로 발산되어,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땀이 난다. 발산하는 기운을 보면 목화木火의 기운인데, 오장에

작용할 때는 반대로 금金 기운에 배속되어 폐肺를 보하고 생성하는 작용이 있다.
폐가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그릇이 작아서 기관지나 세기관지 직경이 작거나 섬모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사람은 감기에 걸렸을 때 가래가 속에서 쌓여 막힐 뿐, 반복적인 기침을 통해서도 못 나오고 호흡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폐의 기운이 약해서 폐활량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감기를 쉽게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평소에 매운맛을 즐기면 좋다.

매운맛은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또한 매운맛은 막힌 것을 소통하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화를 내지 못하고 속으로 꽉 참고 있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여 가슴이 꽉 막힌 사람에게 좋다.
앞글의 단맛 고찰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단맛이 당긴다는 뜻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서 약간의 저혈당 상태에 빠지게 되면 강하게 단맛이 당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단맛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생긴 화병이나 울결을 풀어준다는 뜻은 아니다. 왜냐하면 단맛은 긴장된 몸을 이완시킬 뿐, 막힌 것을 뚫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맛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이 너무 이완弛緩되어 살이 찌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 화병을 더 심화시키기도 한다. 매운맛은 이와 다르게 막힌 것을 강하게 뚫어 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고, 기를 발산시키고 소모시켜 발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다이어트에도 좋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가운데 살이 찌신 분 중에는 자신이 매운맛을 아주 좋아하는데 왜 살이 찌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는 요리법 때문이다. 매운맛은 통각의 일종이기 때문에, 요리를 할 때 매운 요리로 특히 조림 같은 요리를 할 경우는 간을 맞추기 위해서 설탕(甘味: 단맛)과 소금(鹹味: 짠맛)을 맵지 않은 요리보다 훨씬 많이 해야 한다. 매운맛이 혀를 얼얼하게 마비시키기 때문에 다른 맛을 느끼게 하려면 다른 감미료나 조미료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열량은 높아지고 살이 찌게 마련이다. 살을 빼려면 청양고추나 후추로 맵게 하더라도 짜거나 달지 않고 국물을 자박하게 하여 매운 건더기만을 건져 먹고 국물은 버리는 식으로 해야 한다. 음식의 재료가 같다면(동일 칼로리량이라면) 당연히 매운맛으로 요리하는 것이 몸의 기운을 발산시켜 열을 내고 기초대사량을 높이므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매운 성분은 항염·항균 작용이 최고로 좋다
지난 5월호 오색五色과 오미五味에서 언급했듯이 햇빛을 받지 않는 양파나 파, 마늘의 줄기나 뿌리 속 흰색 부분에 많이 들어 있는 황화알릴이 대표적인 매운 성분이다. 햇빛을 덜 받는 속 부분은 영양분이 모이는 부분이면서도 햇빛의 살균 작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벌레들이 들끓기 마련이다. 식물은 자기 보호를 위해 살균력이 강한 황화알릴 같은 맵고 독한 물질을 만드는데 그 분자식은 C6H10S이다. 양파와 마늘, 파를 조리할 때 발생하는 자극적인 냄새는 바로 이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세균의 막인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서, 살균과 항균 작용이 뛰어나 디프테리아, 이질, 결핵, 포도상구균을 예방하기도 하며 동물의 세포막을 녹이므로 육류의 소화를 돕는 작용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기를 먹을 때는 곁들여 먹어야 소화에도 좋고, 혈액순환 개선에도 효과적이어서 각종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황화알릴은 황과 알리신의 결합물인데, 이 황 성분을 유황이라고 한다. 황화알릴 같은 식물(유기물) 속에 들어 있는 천연 유황 성분은 여러 이성질체로 존재하는 화합물이기 때문에, 성냥 같은 단순 무기황 성분과 달리 독성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그 약한 독성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이 매운맛은 폐肺를 성숙시켜, 폐주피모肺主皮毛(폐의 기운이 피부와 털을 주관하는 것) 작용을 잘하게 하여, 피부 속 피지나 노폐물을 바깥으로 배출하게 해 주는 작용을 한다. 유기유황을 법제해서 먹어 보면 독한 방귀가 나오면서 온갖 유해균을 죽여 배 속을 청소함과 동시에 피부의 땀구멍과 모공을 열어 땀과 피지를 통해 몸속 노폐물이 나가게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군살이 많거나 노폐물이 많은 사람이 유기유황을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피부가 가렵거나 빨개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몸에 맞지 않아서 생기는 알러지Allergie가 아니라 몸속 노폐물이 열과 함께 나가기 위해 꿈틀거리는 반응이다.

양파나 마늘의 천연유황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와는 반대로 역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일수록, 점막이 약하고 살집이 없는 사람일수록 마늘과 파를 싫어할 수 있는데 이는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위벽이 약해진 위염 환자나 아직 위점막이 발달되지 않아 얇은 어린아이에게 억지로 파나 마늘의 매운맛을 강요하는 것은 점막을 파괴하는 무지의 소치인 것이다. 또한 진액이나 살이 너무 적어서 활동을 해도 여간 땀이 나지 않는 사람은 몸이 자기의 수분 보호를 위해 항상성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억지로 매운 음식을 먹어서 계속 발산해서 땀을 뺀다면 기운이 빠짐은 물론이요, 살은 더욱 마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한다.

육류 중에 가장 불포화지방이 많은 오리는 그 기름 자체가 상온에서 식혀도 굳어지지 않을 정도로 식물성 기름처럼 불포화지방산이 많은데, 그 오리에게 유황을 먹여 그 두 가지의 약성을 합해서 쓴 고 인산 김일훈 선생의 지혜는 높이 살 만하다. 파, 마늘 속 유기유황의 효과를 보고 싶어도 점막 자극 증상 때문에 못 먹는 사람에게 유황오리나 구운 마늘은 그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는 양파즙을 달여 낼 때 황화가스를 여러 번 빼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매운맛을 줄이기 위해 인진쑥을 가미(화극금火克金: 고극신苦克辛하는 방법)해서 달인다면 점막 자극 증상을 많이 줄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화학조미료에 쩌들어서 각종 자가 면역 질환이나 특이한 암이 요즘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그 치료를 위해 매운맛의 천연 성분을 활용하여 내 몸의 병의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매운맛이 가진 금金의 숙살肅殺(성숙과 죽임, 가을에 성숙과 죽임이 동시에 있듯이 매운맛도 살균과 면역성숙이 동시에 있음)의 특성을 활용한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겠다.

짠맛


짠맛은 바다의 맛이다. 바다에서 짠맛의 원천인 천일염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바다란 모든 강이 만나는 곳이고, 생명의 시발처이다. 혈액 속에서 혈구(적혈구, 백혈구, 혈소판)를 분리시키면 순수한 액체인 혈장이 얻어지는데, 이 혈장은 림프액을 포함한 내 몸의 수액과 함께 바닷물처럼 온갖 미네랄이 녹아 있는 약간 짠맛을 지녔다. 흔히 탈수 상태에 빠지면 생리식염수(normal saline) 정맥주사를 한다. 이 생리식염수는 생체와 거의 똑같은 염분 농도를 인공적으로 맞춘(0.9%의 NACL) 멸균식염수이다.

설사병이 나서 체액이 손실되거나 과도한 고열, 발한 등으로 인하여 탈수 상태에 빠지면 수액을 혈관으로 주사하는데 그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생리식염수이다. 과거에 이 정맥주사 기술이 생기기 전까지는 수많은 전염질환(콜레라, 장티푸스 등)으로 탈수 상태에 빠져 생명을 잃어 왔다. 필자는 현대 의학의 혁명이 페니실린의 발견보다도 수액과 혈액의 혈관 내 공급, 즉 정맥주사(IV)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확언한다.

지구상의 모든 물은 하강, 귀류하는 작용이 있어 바다로 배출되어 짠맛을 이루듯이, 만물은 본연의 수기를 아래쪽 뿌리로 돌아가게 하거나 씨앗 속으로 귀속시켜 응고된다. 인체에 있어서는 모든 수곡의 정미로운 물질이 하단전과 신장의 호르몬으로 귀속되어 통일된 에너지인 원기가 된다. 이처럼 오행에 있어서 수水는 그 본질에 있어서 응고, 견고를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실물에 있어서 짠맛은 응고와 반대로 연견軟堅(견고한 것을 연하게 함)하는 작용이 있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견고한 조직이 연해져서 배춧잎이 푹 처지듯이, 견고함을 연하게 하는 작용이 있는 것이다.

신장도 두 가지 작용이 동시에 있다. 신장 위에 붙어 있는 부신호르몬 기능은 콩과 팥으로서의 작용, 만물이 그 정기를 씨앗에 귀숙하듯, 인체의 정精(essence: 필수물질, 호르몬)을 응고시켜 호르몬을 합성하는 작용이 있다.

반대로 짠맛이 만물의 조직을 부드럽게 하듯이, 사구체가 몸의 노폐물을 걸러 내고 배출하여 몸의 조직이 딱딱해져 가는 것을 막는 작용이 있다. 사구체가 망가져 소변을 생성하지 못하면 요독이 배출되지 못하여 몸이 딱딱하게 응고되어 버려 죽음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천일염이나 약숫물 속에 있는 천연미네랄은 뼈를 강하게 해 준다
약숫물을 오래 먹고 신장과 뼈가 튼튼해진 사람은 천연의 미네랄 성분이 얼마나 우리 몸의 뼈를 튼튼하게 해 주는지 체험을 통해 알고 있다. 또한 정제염(인공적인 소금)은 NaCl(염화나트륨)만 단독으로 존재하고 있어서 과하게 먹으면 부종을 유발하지만, 바닷물로 만든 천일염은 바닷속 온갖 미네랄이 함축되어 있어서 내 몸을 오히려 건강하게 만든다.

특히 천일염을 9번 대나무 속에서 굽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여, 바닷물 속 미량의 중금속 성분마저도 해독시켜 없앤 죽염을 먹어 보면 신장과 뼈가 약했던 사람도 점점 좋아지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인산 김일훈 선생이 원조로 알려진 죽염은 사실 그 기원을 살펴보면 1,300년 전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부안 개암사 근처에서 현재도 생산되고 있는 개암죽염은 신라 경덕왕 시절 변산 부사의방장에서 득도한 진표율사가 죽염 제조의 비법을 개암사의 스님에게 전수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스님들이 전통적으로 그 비법을 전수하며 그 방법이 꾸준히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온 점, 그 지리적 위치가 국내 천일염의 최대 산지인 곰소만과 매우 가깝다는 점에 있어서 그 설이 사실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현대 의학적으로 과다한 염분 섭취는 인체 부종을 일으키고 비만을 일으킨다고 생각되어, 건강에 있어서 염분 섭취는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정 자제해야 하는 짠맛은 바로 인공 조미료이다. 현대인은 인공적인 조미료 특히 MSG 같은 것은 일일 섭취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천일염 섭취는 오히려 점점 부족해진다는 연구도 있다. 바닷물 속에는 2.8%의 염화나트륨이 있고, 인체에서는 혈액 속에 0.71% 정도만 존재하지만 MSG는 자연 음식물 속에 토마토, 치즈, 육류 속에 극미량이 들어있을 뿐, 다른 자연 식물에는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MSG 즉 글루탐산 소듐염(monosodium glutamate)은 인공 조미료이긴 해도 합성이 아닌 발효로 만든다는 점에서 아직도 그 위해성에 대해서 왈가왈부 논란이 있다. 하지만 신장이 망가져 평생 투석기에 의존하는 환자들의 평소 식사 습관이 가공식품을 즐겨했다는 통계조사가 있고, 가공식품은 천일염을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해성은 절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이 골骨과 골수骨髓를 주관한다고 하였다
뼈는 정기가 응고된 결과물이다. 부신 호르몬이 부족하면 골수 속의 에너지를 뽑아 쓰기 위해 골질이 빠져나가게 된다. 특히 여성 갱년기에는 성호르몬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부신 호르몬이 그 기능을 대체하게 되는데, 그 호르몬마저도 고갈되면 뼈가 약해지게 된다. 조금만 과로해도 에너지가 부족하여 뼛속 깊숙한 부위에서 에너지를 뽑아 돌리는 상태가 되는데 이를 골증노열骨蒸勞熱이라고 한다. ‘뼈를 쪄 내어서 힘써 열을 뽑아낸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시원한 밤에 쉬고 있는데 이유 없이 허열이 오르고, 발바닥이 뜨거워지는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이때 신장 수기를 보하지 않으면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이 된다.

또한 신장은 혈액을 걸러 내어 혈액 속 노폐물(요독)을 여과하여 소변으로 배출하고, 인체에 꼭 필요한 단백질이나 미네랄은 재흡수하는 능력이 있다. 이 배출과 재흡수의 정반대 작용은 아래와 같이 표현될 수 있다. 사구체의 여과력을 통해 몸이 노폐물로 오염되어 몸이 경화되고 노화되는 것을 막는 작용은 신장의 연견작용軟堅作用이며, 근위세뇨관의 재흡수력을 통해 인체의 칼슘 등을 보존하여 뼈를 단단하게 만드는 작용은 신장의 응고작용이다.

신장은 한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다
이처럼 인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신장은 독극물로 인한 피해를 받거나(농약, 중금속 중독), 만성 감염증이 지속되어 혈액이 너무 탁해져 패혈증 상태에 놓이게 되면 혹시 목숨은 건지더라도 사구체의 모세혈관 꽈리가 무너지고 막히게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씨앗류(콩, 깨 등)를 잘 먹고, 좋은 소금과 물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깨나 콩 등의 씨앗류를 계속 씹어서 음미하다 보면 처음에는 맹맹하던 맛이 씨껍질의 쓴맛과 씨앗 속 단맛 등이 함께 느껴지다가 계속 씹으면 짠맛이 점점 느껴지게 된다. 미네랄을 포함한 온갖 영양물질이 씨앗에 압축되어 있는 결과이다. 바닷물에 모든 만물의 성향이 녹아들어 있듯이, 씨앗 속의 짠맛은 모든 영양물이 씨앗 속에 응축되어 합쳐진 결과이다. 이처럼 씨앗은 짠맛과 상통하므로 신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씨앗이나 깨, 콩 속의 좋은 필수아미노산이나 효소 성분을 많이 먹어서 호르몬의 전구물질을 취해야 한다. 또한 죽염처럼 좋은 천일염을 통해 미네랄과 염분을 보충하고, 깨끗하고 좋은 물을 먹어서 혈액이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폐물 배출과 호르몬 합성에는 충분한 수면 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수면의 질과 양도 모두 중요하다. 수면의학에서는 깊은 수면(Non Rem수면: 꿈도 꾸지 않는 델타파 이하의 뇌파를 보이는 깊은 수면 상태)을 하룻밤에도 20~30분씩 최소 3번~5번 정도를 들어가야 숙면을 취해 건강하다고 한다. 바쁜 일상 속 스트레스의 잔상 속에서 꿈속에서도 헤매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깊은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자기 전에 일기를 쓰며 자기반성을 하거나, 기도 생활이나 수행을 통해 내면적 성찰을 한다면 숙면에 도움이 되어 건강한 신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