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영화 〈날씨의 아이〉-기상이변을 다룬 영화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색과 빛의 마술사, 마코토 감독
《날씨의 아이》(일본어: 天気の子, 부제: Weathering With You)는 2019년 7월 19일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작품이다.

2020년 5월 21일 더빙판으로 국내에 다시 개봉했다. 신카이 마코토는 일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감독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색과 빛의 마술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작화 능력이 뛰어나다. 비, 바람, 눈 같은 자연경관을 그려내는데 서정성이 가득한 내용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붓과 언어로 일본의 현대를 그리는 화가이자 시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전작 ‘너의 이름은’은 샤먼과 예언, 인연과 개벽에 대한 내용들이었는데, ‘날씨의 아이’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연결, 기상이변을 다뤄 신도세계와 개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맑음소녀 히나


주인공 소녀 히나가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다 비 오는 창밖을 보았을 때 온통 비 오는 도쿄 한복판의 한 건물 옥상에 하늘에서 서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다른 곳은 우중충한데 오직 그곳에만 빛이 비췄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마치 빛의 웅덩이 같았고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병원을 뛰쳐나갔다.”

소녀는 그 건물 옥상에서 낡은 도리이 문을 발견한다. 그저 간절히 기도하면서 소녀는 도리이 아래를 지나갔다. 문을 통과하자 떨어지던 빗방울이 멈추고 위로 치솟기 시작한다. 눈을 뜨자 소녀는 하늘 위에 떠 있고, 거대한 적란운 위에 푸른 들판 같은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에 뭔가 떠다니는데 물고기 떼 형상이다. 그녀의 손에도 물고기 모양의 물방울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3마리의 용과 같은 형상들이 지나간다. 이 체험 이후 히나는 맑음소녀가 된다. 온통 비 내리는 도쿄지만 그녀가 간절히 기도하면 얼마간 날씨가 맑아진다.

남자 주인공 호다카는 가출한 소년이다. 찌라시 잡지에서 알바를 하며 우연히 알게 된 맑음소녀 히나가 진짜 날씨를 바꾸는 것을 보고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날씨를 잠시 맑게 해 주고 돈을 받는 알바를 시작하면서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호다카가 잡지기사 취재 중 만난 점술사는 맑음소녀의 일을 계속하면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경고한다.

“인간 제물이래, 나... 맑음소녀가 인간 제물이 되어 사라지는 것으로 미쳐 버린 날씨는 원래대로 돌아올 거래.” - 맑음소녀 히나


히나는 호다카와 사람들을 위해 한 번 더 기도를 하고 사라져 버린다. 그러자 비에 눈까지 오던 미친 듯하던 날씨가 원래의 덥고 맑은 여름날이 된다. 맑음소녀 히나가 사라지자 남자 주인공 호다카는 도리이를 통과하면 히나를 만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도리이를 향해 뛰면서 눈을 질끈 감고 외친다.

“하느님, 부디, 부디, 부디!”

그리고 도리이를 통과한 다음 순간, 자신이 하늘 위에 떠 있음을 본다. 대기권의 상층부에서 내려다본 그곳에서 용 형상의 구름과 마주친다.

용 형상의 구름은 호다카를 삼켜 좀 더 아래의 적란운 위로 내려보낸다. 이상하게도 적란운 위는 마치 초원처럼 푸른 땅 같은 것이 펼쳐져 있다. 이 장면은 마치 하늘을 떠다니는 신비의 섬을 그린 애니, ‘천공의 성 라퓨타’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에서 수많은 물고기 모양의 생명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히나를 만나고 더 이상 맑음소녀도 아니니 돌아가자고 한다. 둘은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돌아가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다음 장면에서 벼락이 치고 도리이 문 아래에 둘은 기절해 있다. 그리고 도쿄 하늘에 거대한 구름 용 3마리가 나타나 다시 비를 내리기 시작한다. 그 뒤로 3년이 지나도록 비가 계속 내려 도쿄는 거의 대부분 물에 잠긴다. 호다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히나를 찾아간다. 여전히 비가 그치기를 기도하는 히나를 만나면서 영화는 끝난다.

도리이의 역할


이 영화는 도리이로 시작해 도리이로 끝난다. 도쿄는 이상기후로 비가 퍼붓고 있는데 ‘빛 웅덩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황금빛 햇빛이 낡은 건물의 도리이에만 비춘다. 히나는 이 문을 간절한 기도를 하면서 통과하고 맑음소녀가 된다. 하늘과 연결된 존재가 되어 날씨를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도리이는 어떤 의미가 있길래 이런 설정이 가능할까?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하기 전까지 각 동네 어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서낭당 나무는 솟대와 같이 신단수를 대신한 것으로 그 마을의 수호목守護木 구실을 하였다. 솟대 끝에는 대개 새가 조각되어 있다. 새는 하나님(삼신상제님)의 사자로서 하늘의 뜻을 전하는 신령한 존재로 숭배되었다. 솟대는 우주나무이며, 말 그대로 우주의 중심에 세워져 있는 나무이다. 하늘세계와 지상의 인간세계를 서로 연결하는 ‘우주의 통로’ 구실을 한다. 솟대가 들어선 소도는 ‘세계의 중심’이다. 하나님과 인간이 교통하고, 사람이 하나님의 축복과 보호를 받는 신성한 공간인 것이다.

이 솟대는 일본으로 가서 신사 입구의 도리이(鳥居)라는 일주문이 되었다. ‘새(鳥)가 앉아 있다(居)’는 뜻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리이는 솟대가 변형된 것이다. 솟대를 포함한 고조선의 소도문화는 일본에 전해져 ‘도소塗蘇’라 불리었다. 원래의 이름을 거꾸로 뒤집어 부른 것이다. 일본인들이 새해의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며 설날 아침에 마시는 술인 도소자께塗蘇酒도 알고 보면 한국 소도문화의 영향이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히나는 병원에서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병과 도쿄의 우중충한 날씨에 대해 간절한 기도를 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히나가 도리이를 통과해 날씨를 바꾸는 능력을 얻은 것은 우주나무 솟대를 통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샤먼 자격을 부여받게 된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천지로부터 영靈을 받는 무당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맑음여자는 계속 존재하였으며 히나의 어머니도 맑음여자였을 것이라 생각하였다고 언급했다. 초반에 병상에서 히나의 어머니 손목에 있는 보석이 히나의 목걸이 보석과 비슷한 점이 그것을 나타낸다고 하였으며, 마지막에 히나가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 목걸이가 끊어지면서 그때부터 히나는 맑음여자가 아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 보면 히나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샤먼, 무당이 된 것 같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의 여주인공 미츠하도 대대로 제사를 지내던 무당 집안이었다. 미츠하는 ‘날씨의 아이’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한다. 성인이 된 미츠하는 호다카에게 고백 선물에 대해 조언한다. 감독은 연이은 영화의 주인공 미츠하와 히나를 모두 무당으로 설정해 놓았다.

본래 무당은 천지로부터 영靈을 받는 사람이다. 선천 시원문화인 신교神敎의 실체는 우주적 영성을 가진 무당문화라고 할 수 있다. 태고의 황금시대에 화이트 샤먼White Shaman(천지 조화의 광명을 받는 태초의 무당)이라 불린 존재들은 몸을 가지고 대우주를 날아다닐 정도로 우주적인 영성을 가진 대무大巫로서 문명의 창시자였다. 증산도 도전을 보면 상제님께서는 이 같은 원시의 신성문화를 회복하는 문을 열어 놓으셨으며 그것을 성취하신 분이 천지 일등 무당도수를 맡으신 태모님이시다. 또한 비를 멈추거나 내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이 증산도 도전에 나온다.

갑칠이 대답하여 아뢰기를 “가뭄이 심하여 이종移種을 못하므로 민심이 소란합니다.” 하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비를 빌러 왔도다. 네게 우사雨師를 붙이나니 곧 돌아가되 길에서 비를 맞을지라도 피하지 말라. 이는 네 몸에 천지공사를 띠고 가는 연고니라.” 하시니라. (중략)

갑칠이 명을 받들어 돌아가는데 청도원에 이르러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삽시간에 냇물이 넘치는지라 이로부터 물이 풍족하게 되어 며칠 동안에 모심기를 마치니라. 상제님께서 이후로도 종종 갑칠에게 우사 신명을 붙여 비를 부리시니 어천하신 후에 사람들이 그를 우사장雨師丈이라 부르니라.
(증산도 道典 4:40:3~10)


비가 내리면 땅은 비옥해지고 생명이 솟아난다. 비는 그 자체가 천지에서 내려 주는 생명수라 할 수 있는데 김갑칠 성도에게 비를 내리는 신명인 우사를 붙여서 비를 부리게 하셨다. 천기의 판단을 인간에게 맡기신 것이다. “네 몸에 천지공사를 띠고 가는 연고니라.”라는 말씀에서 상제님의 명에 의해 인간이 천지를 대행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김갑칠金甲七(1881∼1942) 성도는 본관이 안동으로 족보명은 용회龍會였다. 용이 모인다는 뜻인데 신도세계에서 용이 비를 내린다고 하니 우사장으로 적격인 이름이다. 상제님의 곁에서 천지공사 시 일등 비서 역할을 하였다.

이 영화의 맑음소녀는 김갑칠 성도와 비교할 수 있다. 맑음소녀는 지상에서 하늘에 빌어 비를 멈추게 하고, 김갑칠 성도는 우사를 부려 비를 내린다. 영화에서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맑음소녀에 정반대되는 비 여자도 있다고 언급한다.

용과 중간하늘


도전에는 상제님께서 비를 내리시는 수많은 성구들이 있다. 이런 성구들을 살펴보면 비가 내릴 때 네 가지 경우가 있는 것 같다.

1) 용이 비를 뿌린다
“맑음소녀는 여우신 같은 자연령이 붙어 있고
비 여자에게는 용신계 자연령이 붙어 있는 거지“
-점술사의 말


여우신에 대한 것은 여우비에 대한 전설로 보인다. 여우비는 맑은 날에 잠깐 내리는 비이다. 옛이야기에서는 여우를 사랑한 구름이 여우가 시집가자 너무 슬퍼 우는 비를 여우비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연령이 붙어 있다는 말이다. 영화에서 점술사는 인간에게 자연령이 붙어서 조화를 부린다고 말하고 있다. 김갑칠 성도에게 우사를 붙여 주신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비를 내려 주는 비 여자에게는 용신계 자연령이 붙어 있다고 하는 것을 보자.

용은 한 잔의 물만 있어도 능히 천하의 비를 지어내느니라. (증산도 道典 6:109:4)


상제님도 용이 하늘에서 비를 내린다고 하셨다. 용봉龍鳳은 동아시아의 독특한 문화상징으로 음양문화陰陽文化의 뿌리이며 천자天子를 상징한다. 용봉龍鳳문화는 동방 천자天子문화의 상징이다. 본래 용은 천지의 물(천수天水)을 상징하는 신수神獸이고, 봉황은 천지의 불(천화天火)을 상징하는 신수이다. 천수의 상징인 용이 비를 내려 주는 장면을 직접 보고 증언한 분이 김호연 성도님이다.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천상 구경을 시켜 주셨을 때 호연이 본 내용이다. 이와 같은 장면을, 도리이 문을 통과하면서 간절히 기도한 여주인공 히나와 남주인공 호다카가 본 것이다. 영화에서는 구름처럼 생긴 용들이 등장한다. 영화 말미에 세 마리의 용이 도쿄 하늘을 감싸고 거대한 비구름에서 비를 뿌리는 놀라운 장면이 잠깐 보인다.

비를 내려 주는 용과 같은 존재는 자연신이다. 자연신은 자연의 현상을 다스리는 신들이다. 종도사님께서는 자연신과 인격신 그리고 진리 구성의 3대 요소에 대해 이렇게 정리해 주신다.

천지의 모든 신들은, 신들 안에서 비를 다스려 비를 실제 오게 하는 우사도 있고 태풍 다스리는 신, 뇌성벽락신장, 자연의 헤아릴 수 없는 현상을 다스리는 신들이 있다. 자연신과 인격신 두 음양의 신들의 세계가 있고 이를 가장 세세하게 체계적으로 합리적으로 신도의 가르침을 내려 주는 문화권이 동방의 환국 배달 조선 이후의 9천 년 한민족 깨달음의 역사다.

진리는 합리적이면서도 합리를 초월한, 이성적이면서 초이성적인, ‘이법과 신도’가 하나 되어 진리를 구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상세계 이벤트가 일어나는 우리들의 현실계야말로 궁극의 진리의 민낯이다. 궁극의 진리의 얼굴, 진리의 궁극의 세계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계다. 이법과 신도와 궁극의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이것이 바로 역사이다. 이신사理神事라는 3대 진리의 중심축을 인식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은 진리 3대 구성 요소를 모두 인식하고 깨달을 때 마음의 진정한 본래 모습을 찾게 된다. 인간의 마음이 진아를 찾아 진리의 3대 요소가 만족될 때 그것이 궁극의 도통 세계라는 말이다.
-2020.1.22, 종도사님 조례 도훈


2) 중간하늘
그 왜, 전에 취재했었던 아저씨가 그랬잖아? 하늘은 바다보다도 훨씬 깊은 미지의 세계라고. 적란운 하나에 호수 한가득 물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러니까 미지의 생태계가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주인공들은 구름 위의 하늘에 놀라운 생명체들이 있고, 자연현상만으로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비를 내리게 하는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곳을 하늘에 있는 미지의 생태계라고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물이 있는 곳에는 생명이 있다. 적란운 구름 하나에 거대한 호수 하나의 물이 있는데 왜 그렇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미지의 생태계가 있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이 생태계가 신도세계라면 이것은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중간하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상제님께서 하루는 하늘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사람들은 여기서 보이는 하늘이 전부인 줄 알아도 그것은 중간하늘일 뿐이니라. 내가 참하늘이니라.” 하시니라. (증산도 道典 4:66:1~2)


여기서는 하늘을 세 가지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첫 번째 하늘은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계신 신도세계인 우주별자리라고 볼 수 있고, 두 번째 하늘은 중간하늘에 속한 지구의 대기권으로 보이고, 세 번째 하늘은 인격적으로 대우주를 통치하시는 상제님 당신님께서 직접 참하늘, 진짜 하늘이라고 하셨다. 참하늘이신 상제님께서는 호연에게 용이 비를 내리는 것을 보여 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구름이 중간하늘에 있듯이 천지신명들도 중간에서 오고 가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모르느니라. 그러니 사람은 마땅히 신도神道에 따라 신명을 공경하며 살아야 하느니라.” (증산도 道典 4:90:5~6)


구름이 중간하늘에 있다고 하셨다. 역시 대기권 어딘가에 천지신명들이 오고 가는 신도의 4차원 공간이 있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 같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신명들이 올 때 중간하늘을 관문으로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 ‘스타트랙’이라는 영화를 보면 대기권 끝 쪽에 다른 은하나 외계 우주로 나가는 웜 홀worm hole 같은 우주정거장 시설을 만들어 놓고 수많은 우주선이 오고 가는 장면을 보여 준 적이 있다. 마치 그와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중간하늘에서 용이 물을 주는 것이니
(증산도 道典 4:90:4)


영화에서 적란운 속의 미지의 생태계에 신비한 물고기 모양의 생명체들과 용이 비를 내리고 있다. 도전 말씀에서 중간하늘에서 용이 물을 준다고 하셨으니 영화의 미지의 생태계는 중간하늘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고기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성구는 도전道典 5편 18장이다. 상제님께서 금산 예배당에 가셨을 때 환부역조의 큰 죄를 짓고 있는 목사의 설교를 꾸짖으셨다.

이 성구는 너무도 충격적이면서 호쾌하고 큰 죄에 대한 상제님의 추상같은 면모를 볼 수 있다. 벼락신장에게 벼락을 치라고 칙령을 내리시니 벼락이 치고, 불덩이가 나타나고, 비가 쏟아지고 물고기들이 떨어진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도 놀라운 광경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것 같다.

상황을 유추해 보면 상제님께서 속히 벼락을 치라고 칙령을 내리시니 벼락신장이 벼락을 치는데 비를 내리려면 용이 물을 끌어와야 되는데 갑자기 하려니 물고기도 딸려 오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가끔 신기한 지구촌 소식으로 개구리나 물고기가 비처럼 떨어졌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한다(팝뉴스 2005년). 실제 호주에서는 수천 마리의 개구리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일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개구리들이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거의 추락사하지 않고 물을 찾아 뛰어다녔다고 한다. 돌풍이 불어 얕은 물에 있던 개구리를 휩쓸어 공중 운반 후 땅으로 떨어뜨렸다는 추정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영화에서는 물고기 형상의 비가 내려서 뉴스와 SNS에도 나오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다.

아이 : 엄마, 물고기
엄마 : 그러게, 물고기 좋지~


아이는 비의 형상이 물고기하고 똑같아서 물고기라고 하는데 엄마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츠미 : 비하고 같이 쏟아져 내려왔는데... 이게 뭐야? (인스타그램 글 ‘동물비!! 떴다!!’) 하늘에서 내려온 수수께끼의 물체! 한천처럼 투명하고, 거의 물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각도에 따라 내장 같은 기관이 있기도 하고. 찾아낸 건 우리 집.

호다카 : 물고기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요. 이게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온 건가요? 그치만 아무런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아서야...
-잡지사 직원 나츠미와 호다카의 대화


금산 예배당에서는 비와 함께 물고기들이 떨어졌지만 여기서는 물고기 같은 비가 떨어졌다. 이 장면을 계속 보면 영화 내내 모든 비가 물고기처럼 보인다. 영화에서는 맑음소녀 히나가 하늘에 기도를 하자 물고기 모양의 빗방울들이 하늘로 순식간에 치솟아 올라가 버린다.

그런데 금산 예배당 성구에도 호연은 떨어진 물고기들이 꼬리를 치며 다시 하늘로 올라가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을 보았다. 상제님의 꾸짖는 내용만 빼면 영화와 성구가 시각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가이아의 항상성의 비밀


“지금은 하늘의 기의 밸런스가 무너졌으니까 맑음소녀나 비 여자가 태어나기 쉬워. 가이아의 항상성이라는 거지. 하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안 돼. 자연조차도 좌우하는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돼. 날씨계의 힘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실종되기도 한다고 해” -점술사의 말


여기서 ‘가이아’가 등장한다.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지구’에 대해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천문의 신인 우라노스의 어머니이자 처이기도 한 모든 근원의 신인 ‘가이아’의 이름을 붙였다. 그가 쓴 가이아Gaia 책을 보면, 살아 있는 생명체로 지구를 인식하게 될 때 우리는 광대한 우주 속에서 미묘한 균형을 갖추고 있는 ‘살아 있는 지구’의 기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현재와 과거의 역사를 통해 지구의 기후와 화학 특성은 항상 생명에게 최적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열역학의 제2법칙=엔트로피의 증대(무질서도는 항상 증가한다)’에도 불구하고 약 40억 년에 걸쳐 지구가 계속 존재하고 있는 불가해성을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살아 있다는 가설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이아를 지구의 생명권과 대기권, 해양 그리고 토양을 포함한 하나의 복합체로 정의한다.”라고 그는 규정한 것이다.

상제님께서 성도들과 함께 들에서 진지 드실 때는 항상 음식을 드시기 전에 “어머니, 어머니! 제가 여기 도량 구경을 왔는데, 여기 데리고 온 일꾼들 모두 충실하게 해 주십시오.” 하고 고축(告祝)하시며 밥을 세 번 떠 놓고 드시니라. (증산도 道典 9:62)


이 성구의 제목은 ‘땅 어머니에게 고축하심’이다. 하나님 아버지가 천지공사를 집행하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오셨으니 낳아 주신 부모님이 계시고 땅 어머니가 계신 것이다. “만물은 어머니 곤덕(坤德: 땅)에 바탕하여 생겨나(증산도 道典 6:124:9)”라는 말씀처럼 곤덕의 가이아 여신 어머니에게 고수레하고 기도하고 계신다. 이처럼 지구 어머니가 생명을 낳고 길러 내는 것을 가이아 이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더 나아가서 지구 어머니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에게 천기를 바꾸는 역할을 맡긴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가올 재난을 대비해야


이 영화가 개봉하던 해인 2019년에 공교롭게도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에 상륙하여 도쿄 일대가 물바다가 되는 일이 생겼다. 또한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Weathering With You이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Weather’에는 날씨라는 뜻 외에 ‘역경을 헤쳐 나간다, 극복하다’라는 의미가 있는 것을 담았다고 한다. 정확히 기상이변을 다룬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은 단지 환경오염 때문에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분열과 팽창을 주도해 온 선천 여름철 말의 화火 기운이 가세하여 일어나는 천지이법에 의한 필연적인 변화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변혁을 가을개벽의 대세로 절실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상제님은 “천지는 말이 없으되 오직 뇌성과 지진으로 표징하리라”(도전5:414:8) 하시며, 지구 개벽의 시간대에 다가갈수록 대지진과 기상이변이 빈발할 것을 일러 주셨다.
영화의 뒷부분은 날씨를 개이게 하는 맑음소녀가 능력을 잃고 3년 동안 계속 비가 내려 도쿄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다. 전작 ‘너의 이름은’에서도 혜성의 추락으로 인한 재앙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앞으로 올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또한 비를 내려 주는 용과 미지의 신도적 존재들, 도리이를 통해 하늘과 연결되는 인간, 생명체로서의 지구 등 환단고기와 상제님 도전 말씀을 떠올리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현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의 영적인 감성과 내면의 메시지를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소도蘇塗와 솟대의 유래
상고 시대 우리 조상들은 하늘의 상제님께 천제를 올릴 때 ‘소도蘇塗’라는 특정 장소에서 올렸다. 초대 단군왕검이 천자로 추대되기 전, 천제를 올린 장소인 ‘단목 터[檀木之墟]’는 고조선 최초의 소도라 볼 수 있다.

환단고기 『단군세기』 기록에 고조선의 11세 도해단군은 전국의 12명산 가운데 아름다운 곳을 뽑아 ‘국선소도’를 설치하였고, 13세 흘달단군도 곳곳에 소도를 많이 설치하였다. 24세 연나단군 때는 소도를 증설하였다. 특히 도해단군은 소도 둘레에 박달나무를 많이 심게 하였는데, 초대 단군이 ‘박달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제를 올린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 고조선 이전의 나라, 배달을 세운 환웅천황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백두산 신단수神檀樹’ 아래에 내려왔는데, 그 신단수 역시 ‘박달나무 단’ 자를 담고 있다.

도해단군은 소도에 심은 박달나무 가운데 가장 큰 나무를 환웅상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웅상雄常이라 하였다. 초상화나 사진이 없던 그 시절에 나무를 환웅천황이 응감하여 계신 곳으로 여기고 모신 것이다. 『산해경』에도 “숙신(조선)이라는 나라는 백민白民의 북쪽에 있는데, 그곳에는 웅상雄常이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다”라는 기록이 있고, 『삼국지』 「위서동이전」에도 소도의 나무가 언급된다.

이러한 소도의 풍습 중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는 것이 바로 솟대[立木]이다. 소도임을 알리기 위해 그 앞에 세운 높다란 기둥이 솟대인데, 이 솟대는 또한 ‘신을 모시는 기둥’이었다. 박성수 교수는 솟대를 ‘신단수를 대신한 기둥’이라 하였다. 배달의 초대 환웅천황이 신성한 나무를 신단수로 삼아 그 앞에서 천제를 올린 것이 고조선 시대에 솟대로 변한 것이다.

■항상성(homeostasis)이란?
가이아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 그는 ‘호메오스타시스’라는 개념을 거론했다. 생명체가 여러 가지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내부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는 조절 과정 또는 그 상태를 ‘항상성恒常性’이라고 한다. homeostasis(항상성)에서 homeo의 의미는 same(동일한, 똑같은)이고, stasis의 의미는 standing(유지하다)의 뜻으로 ‘동일하게 유지하다’라는 용어의 조합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체온이 보통 때 약 36.5℃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호메오스타시스가 행하는 비밀이다. 이 온도가 체내의 물질대사에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의 내용을 지구 차원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생명이 탄생했다고 하는 35억 년 전부터 지구의 평균기온은, 태양으로부터의 방사열과 대기의 조성이 큰 변화를 보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10℃부터 20℃ 사이라는 비교적 좁은 범위 내로 유지되어 왔다. 이는 다름 아니라 인체의 체온조절 기능과 비슷한 호메오스타시스가 작용하고 있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또한 대기 중의 산소 농도는 거의 21%로 안정되어 있다. 이 수준보다 1% 정도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낙뢰에 의한 산불의 위험성은 70%나 증가한다고 한다. 거꾸로 현재보다 2~3%가 낮아지면 대형 동물이나 하늘을 나는 곤충들은 에너지를 얻을 수 없어 저절로 전멸하게 된다고 한다. 곧 21%라는 숫자는 어떤 생명에게 가장 적합한 상태를 말해 주는 것이다.

또 지구 표면의 4분의 3을 뒤덮고 있는 바다는 어떠한가. 현재 해수의 염분 농도는 약 3.4%이다. 이와 관련해 염분이 6%를 넘게 되면 바닷속의 생물은 거의 전멸하게 된다. 대륙에서 물이 흘러들어 오고 또 해저에서 물이 용출됨으로써 염분의 농도가 계속 줄어들거나, 바닷물이 더 이상 싱거워지지 않는 것은 왜인가. 호메오스타시스는 이와 같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유황, 오존 등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