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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산책]

    주역칼럼 |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새해의 다짐

    김재홍(前 충남대 철학과 교수)
    / STB상생방송 <소통의 인문학, 주역> 강사

    2019년 한 해도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많았던 해였다.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보내면서 새해에는 뭔가 달라지리라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다. 새해에 좋은 일이 있으려면 인간적인 욕심과 탐욕, 나태함을 버리고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때 하늘이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깨닫는 은택이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2020년 새해는 간지로 경자년庚子年이고, 경자년을 64괘와 결부시키면 풍화가인괘風火家人卦이다. 풍화가인괘에서는 가족이 확대된 것을 국가라고 본다. 가인이란 가정지도이요, 부부지도이며, 군자지도이다. 이것이 공자가 말한 정명사상正名思想의 윤리적인 근거이다. 가족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잘 수행하면 벼슬에 나아갔을 때도 국가적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새해에 나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할 때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데, 과연 그 의미가 무엇인가를 풍화가인괘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남편은 남편답고, 부인은 부인다워야 한다는 것은 역할의 분담이다


    공자는 풍화가인괘에서 “여자는 안에서 자리를 바르게 하고, 남자는 밖에서 자리를 바르게 하니, 남녀가 모두 바른 것이 천지의 큰 뜻이다. 가인에 엄군嚴君이 있으니 부모를 말하는 것이라,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답고, 지아비는 지아비답고, 지어미는 지어미다워야 집안이 바르게 되리니, 집안이 바르게 다스려져야 천하天下도 바르게 다스려지리라.”라고 하였다.

    양은 음을 체體로 하고, 음은 양을 체體로 한다. 여자가 안에서 자리를 바르게 한다는 것은, 여자인 음의 작용은 양을 체로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남자가 밖에서 자리를 바르게 한다는 것은, 양은 음을 체로 한다는 것이다. 남녀의 역할이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로서 역할의 분담을 잘 나타내고 있다. 『주역』에서는 음양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음양의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남녀가 안과 밖에서 자리를 바르게 하고, 역할의 분담에 따른 각자의 할 일을 수행함으로써 가정이 성립된다. 가정을 바르게 하면 천하가 정해진다는 공자의 정치 원리를 집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성인지도에 대한 환상된 마음으로 일이관지一以貫之해야 한다


    가인괘의 괘상을 보면 불이 바람을 타고 올라가는 상이다. 즉 바람이 불로부터 나온다. 이것을 인사적으로 보면 집안에서의 모든 언사가 밖으로 나간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먼저 군자는 말이 반드시 사실이어야 하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며, 말에는 행동과 결과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행동은 항구불변의 법칙을 본받아서 해야 하는 것이다. 즉 행동은 성인지도에 근거해야 한다.

    아내는 천도에 순종하고 가인지도를 바르게 하면 길하다


    아내는 시집온 첫 해에는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사특한 것을 막고, 시집의 가도家道와 법도를 지키면 후회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항심恒心이 있어야 가도와 구성원 모두가 안정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행동하지 말고 시집의 법도에 따라서 행동해야 된다. 즉 건도乾道를 따르고 자기의 뜻을 내세우지 마라는 것이다. 외부의 일은 지아비에게 맡기고, 아내는 내부의 일만 잘 처리하면 된다. 이것은 철저한 역할의 분담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곤도적坤道的 입장에서 정도를 행하고, 진리를 깨우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내가 가도에 대한 법도와 위엄을 세우면 자녀의 반항으로 근심과 후회하는 바가 있어도 길吉하여 법도가 반듯이 서게 된다. 만일 가도를 너무 느슨하게 하여 법도가 무너져 사람들이 시시덕거리고, 웃음소리를 높게 지껄이도록 두면 관대한 것 같아 좋게 보일 수도 있으나 결국은 가정의 절도節度를 잃게 되어 인색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위치에서 천도에 순응하면서 맡은 바 본분을 다하며 살아간다면 가인지도를 자각하게 되어 가정이 부유해져서 크게 길하게 되는 것이다.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에 대한 말이다.

    가장이 성인지도에 지극함이 있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길하다


    성인지도에 지극함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절대 길하다는 것은 성인의 지극함이 가정(가인지도=군자지도)에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가인의 역할 중 하나가 가정을 풍족히 하는 것이다. 부부·성인·군자가 화목하여 만백성의 모범이 되니 무슨 걱정이 있으며, 길하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남편이 착한 아내를 맞아 화락한 가정을 가지게 된 것이다. 가장으로서 모든 가족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의 어른이 믿음을 가지고, 소임을 다한다면 마침내 길하다


    나라와 가정의 큰 어른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할 일을 다 하였으므로 위에 있는 사람도 반드시 성실과 신의를 바탕으로 한 믿음을 가지고, 위엄으로 소임을 다한다면 마침내 길하다는 것이다. 즉 성인지도에 대한 믿음과 위엄으로 하면 끝까지 길하다는 의미로, 이는 가정을 다스리는 기본 지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규율과 믿음으로 하나가 된 가정은 끝까지 길하다는 것이다.

    나라와 가정의 큰 어른은 자신을 반성하여 믿음을 가지고 위엄을 행해야 한다. 특히 누구보다도 수신이 필요하다. 천도에 순응하고 성인의 말씀을 믿고 실천할 것을 생각하고 순종하면 그동안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건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방종하고 태만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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