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B다시보기 | 천문학과 우리 역사

[STB하이라이트]

- 인터뷰: 박석재 박사

천체나 물질을 연구하는 천문학은 의학과 함께 가장 오래된 학문의 하나인데요. 하늘의 해와 달, 수많은 별들은 인류에게 동경과 탐구의 대상이었습니다. 우리 선조들 역시 하늘의 뜻을 받들기 위해 항상 하늘의 변화를 관찰해 왔는데요. 고구려 천문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석각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대표적입니다. 대한민국 블랙홀 박사 1호이자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박사님과 함께 「천문학과 우리 역사」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Q: 어린 시절부터 천문학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박석재 박사: 제가 어렸을 때 대전 변두리에서 자랐습니다. 유등천 지역인데요. 먹을 게 없어서 어렸을 때 민물고기를 잡는 게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그 당시 민물고기를 밤늦게까지 잡다가 하늘을 보면 별자리들이 눈에 파노라마처럼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천문학 책도 만들어 봤습니다. 천문학 공부가 어려워서 여러 번 좌절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초등학교 때 만들었던 이 책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곤 했습니다.

Q: 한국천문연구원은 어떤 곳인지요?
박석재 박사: 한국천문연구원은 종합적 우주과학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소입니다. 가장 큰 일은 천체 망원경을 만드는 일인데요. 제가 원장 재임 시절에 기억 남는 일은 대형망원경 사업(K-GMT)을 착수시켰던 일입니다. 망원경이 1조 원 정도 되는데 워낙 금액이 큰 사업이라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했던 사업이구요. 우리나라 지분이 10%입니다. 이 사업이 성사가 되어서 너무 좋아 자다가도 일어나서 웃곤 했습니다.

신라가 첨성대를 남겼다면 대한민국은 차세대 25미터 망원경인 거대마젤란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 GMT)을 남긴 겁니다. 일본하고 중국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데 우리보다 늦을 것 같아요. 우리가 천문학 종주국의 위상을 곧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천문학 대중화에 많은 노력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박석재 박사: 천문학은 학문 자체가 역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 원시인들이 보던 밤하늘이 지금 우리의 밤하늘입니다. 하늘에 대한 역사, 정서, 영성문화까지 추적할 수 있는 학문이 천문학입니다. 천문학의 대상은 우주이기 이전에 하늘이잖아요. 우리 민족은 하늘이 전부입니다. 제가 최근까지 「하늘의 나라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강연을 다녔는데요. 우리나라는 하늘을 빼면 설명이 안 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특히 하늘을 연구하는 천문학이 숙명적으로 역사에 개입하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왜 하늘의 나라냐?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태극기는 우주론입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주론을 담고 있는 국기를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국기에 태양이라는 천체 하나를 담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기는 우주의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국기도 명품이 있는 겁니다. 또 개천절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심성을 말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게 되면 우리나라에 대해 자부심이 생기고 역사에 대해 긍지를 갖게 됩니다. 우리는 한마디로 하늘을 잊은 ‘하늘의 자손’입니다. 국혼을 되살리는 데 천문학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천문학을 재미있고 정확하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Q: 우리 선조들은 별자리에 관심이 많았나요?
박석재 박사: 세계에서 제일 먼저 별을 돌에 새긴 민족은 우리나라입니다. 경복궁에 가시면 조선 태조 이성계가 만든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오른쪽 아래를 보시면 고구려 평양성에 석각 천문도가 있었는데 전쟁 중에 강에 빠트려 잃어버렸다고 적혀 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1395년에 완성된 것인데요. 이를 보고 중국 천문학자들은 별을 돌에 새긴 최초의 민족은 화하족이라고 자랑을 하고 다녀요. 그런데 우리는 이미 고구려 시대에 돌에 새긴 천문도가 있었던 겁니다.

제가 원장 재임시절에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이슈화된 적이 있었는데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일 먼저 바로잡은 고려시대 류방택이라는 천문학자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보현산 천문대에서 발견한 소행성이 몇 개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를 류방택 소행성이라 이름을 붙이고 국제 공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류방택이란 분이 서산 분이신데 서산시와 류방택 별축제를 매년 열기로 해서 계속 진행 중에 있습니다. 또 저의 천상열차분야지도 강의를 들으신 분들 중에 만 원짜리 지폐를 디자인한 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만 원 지폐 뒷면을 보시면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들어가 있습니다.

Q: 단군조선이 실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천문 기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박석재 박사: 단군조선 흘달단군 무진 50년에 오성취루(BCE 1734) 현상 기록이 있습니다. 1993년 한국천문학회지에 라대일, 박창범 교수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단군조선 시대에 기록된 오성취루 현상을 천문 프로그램으로 증명했다는 내용입니다. 3~40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천문 현상을 증명한 겁니다. 환단고기에 포함된 다섯 권의 책 중에 하나인 단군세기에 이 기록이 있습니다. 이 천문 현상 기록을 볼 때 단군조선 시대는 결코 신화가 아닌 실재 역사 시대였습니다. 실재했던 단군조선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우리 역사를 축구 경기로 볼 때 전반전을 모두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군조선은 천문대(감성監星)를 운용했던 훌륭한 고대국가였습니다.

Q: 『개천기』 시리즈 책을 집필하고 계신데요. 집필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석재 박사: 왜 우리는 삼성조 시대 드라마가 없을까, 배달 조선 시대 드라마가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조(환국-배달-단군조선) 시대에 대한 이야기 콘텐츠를 마련한 것에 대해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개천기 책을 집필하면서 개천축제가 부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백성들이 다 모여서 하늘에 천제를 지내던 제천행사가 있었는데요. 개천절에 즈음해서 용광로에 국민들이 하나로 녹아들 수 있는 축제가 있으면 어떨까란 생각을 합니다. 태곳적 우리 문화가 다시 부활하길 염원해 봅니다.

Q: 최근에 「개천혁명」이란 말도 언급하고 계신데요. 어떤 뜻인지요?
박석재 박사: 개천혁명은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에 배달국이 나오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 역사 교과서에 배달나라의 역사가 들어가려면 혁명에 가까운 일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더군요. 개천혁명이란 말을 만들면서 3가지를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1. 우리 역사를 공부해서 개천開天을 이해하자.
2. 우리 사상을 공부해서 천손天孫을 인지하자.
3. 우리 문화를 공부해서 홍익弘益을 실천하자.


이런 주장을 하게 된 이유는 위대한 대한민국Great Korea을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우리의 역사관은 아직 반도사관에 갇혀 있습니다. 제가 천문학자이지만 부끄러운 것이, 첨성대는 동양 최고 천문대라고 했을 때 세계 최고 천문대라고 말하는 학자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동양 최고에 만족하고 세계 최고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그런 사상적인 벽을 깨트리지 못하면 글로벌 리더가 절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글로벌 리더는 영성적인 국혼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제안하고 주장하는 내용이 개천혁명이란 책의 내용입니다. 제가 책을 집필하면서 ‘제갈공명이 남병산 칠성단에 올라서 남동풍이 불기를 기원했듯이 저는 우리나라에 개천풍이 불기를 기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박석재 박사: 우리 국민들이 조상님들을 존경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는 규범을 만들고 지켜 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완벽하게 음양오행으로 세상을 설명했습니다. 우리도 영성적인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허블의 팽창우주론은 종교처럼 받아들이면서 김일부 선생의 정역은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서 얻게 된 것 중에 하나는 멀리 볼 수 있고, 넓게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제가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생각한 만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과 ‘하늘을 두려워할 줄 알고 하늘의 뜻을 따라서 살다 보면 위대한 대한민국에서 모두가 하나가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