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산책 | 선령신은 제1의 하느님

[기고]
최태분(영천화룡도장, 교무녹사장)


대한민국은 해방 후 6.25를 겪었고 많은 혼란 속에서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경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고도성장의 이면에는 희생되어진 것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간과해 왔던 점들을 잘 살펴보고 보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전통 사상에도 눈을 돌려 그 가치를 재조명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뿌리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 주는 효孝 사상이 바로 그것인데요. 부모와 조상을 섬기는 것은 단순한 도덕이나 실천 윤리를 넘어서 가을개벽을 극복하는 구원의 섭리가 담겨 있습니다.

내 생명의 뿌리이신 조상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고 우리를 지켜 주십니다. 이 뿌리이신 조상님을 도전道典에서는 ‘선령신’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조상님에 대한 『도전』 말씀을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성 선령신들이 모두 나에게 봉공하여 덕을 쌓음으로써 자손을 타 내리고 살길을 얻게 되나니 너희에게는 선령이 하느님이니라. 너희는 선령을 찾은 연후에 나를 찾으라. 선령을 찾기 전에 나를 찾으면 욕급선령辱及先靈이 되느니라. 사람들이 천지만 섬기면 살 줄 알지마는 먼저 저희 선령에게 잘 빌어야 하고, 또 선령이 나에게 빌어야 비로소 살게 되느니라. 이제 모든 선령신들이 발동하여 그 선자선손을 척신의 손에서 건져 내어 새 운수의 길로 인도하려고 분주히 서두르나니 너희는 선령신의 음덕을 중히 여기라. 선령신은 그 자손줄을 타고 다시 태어나느니라. (道典 7:19)


증산상제님께서는 너희 조상님이 하느님이라는 놀라운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조상님을 먼저 찾지 않고 하느님을 먼저 찾으면 ‘욕급선령’이라 하셨습니다. 욕급선령辱及先靈이란 선령을 욕되게 한다는 말씀입니다. 먼저 조상이신 선령을 찾고 나서 하느님인 나를 찾으라. 부모님을 찾고 조상님을 찾은 연후에 천지일월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누구를 섬김에 있어서도 먼저 선령에게 빌고 그 선령이 나에게 빌어야 살게 된다고 하시며 기도와 섬김에 있어 바른 순서를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안운산 태상종도사님께서는 “내 조상으로 인하여 자신이 태어났기 때문에 각자 개인에게는 자기 조상이 하느님이다. 나에게 혈통과 유전인자를 전해 준 내 조상들이 대우주 하느님이신 옥황상제님보다도 우선되는 제1의 하나님이다.”고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대우주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가 있음으로 해서 돈도 있고 명예도 있고 국가와 민족도 있는 것이죠. 이처럼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존재할 수 있도록 해 주신 분이 바로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인데요. 그 부모님은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생명을 받아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지금 숨 쉬고 있는 나의 생명은 시조 할아버지의 유전인자를 자자손손 계계승승하여 물려받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 다음으로 소중한 것은 나의 생명을 낳아 주신 부모, 조상님이십니다.

우리 민족의 부모, 조상에 대한 가르침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환단고기』 「태백일사 환국본기」에 보면 ‘환국오훈’이라 하여 다섯 가지 가르침이 나오는데요. 그중에 ‘효순불위孝順不違’라 하여 효도하고 순종하여 거역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부모에게 효를 다하라는 효 사상은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인간 삶의 가치인 것입니다. 또 단군조선을 개국한 초대 단군왕검께서는 백성들에게 내려 주신 8대 강령을 통해 “너를 낳으신 분은 부모요, 부모는 하늘로부터 내려오셨으니 오직 너희 부모를 잘 공경하여야 능히 하느님을 경배할 수 있느니라.”고 하셨습니다. 믿음과 공경의 대상이 하느님 이전에 부모, 조상님이라는 위대한 가르침입니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부모를 경애하지 않으면 천지를 섬기기 어려우니라. 천지는 억조창생의 부모요, 부모는 자녀의 천지니라.”(2:26:4~5)라고 하셨는데요. 내 생명의 뿌리인 부모와 조상을 잘 받들어야 모든 생명의 뿌리인 천지를 섬길 수 있다는 이 말씀은 부모를 경애하는 마음이나 천지를 섬기는 마음이나 모두 같은 자리에서 비롯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십니다.

그렇다면 조상님의 음덕에 우리는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지 조상님을 대접하는 행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명절이 되면 3천만 이상의 대인구가 이동을 합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로 가족이 모여 제사상에 술 한 잔 올리려고 그 먼 길 긴 시간을 달려갑니다. 참 아름다운 풍속이죠. 맛난 음식과 술 한 잔을 올리고 절을 함은 자손의 도리입니다. 이를 ‘제사’라고 하는데요. 상제님께서도 “사람이 조상에게서 몸을 받은 은혜로 조상 제사를 지내는 것은 천지의 덕에 합하느니라.”(2:26:10)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사란 조상님을 공경하고 인간과 선령이 하나 되는 행사입니다.

이 제사보다 더 큰 행사가 도장에서 거행하는 천도식입니다. 천도식을 통해 돌아가신 조상님의 영혼을 상제님 진리를 만날 수 있도록 도문으로 인도하게 되는데요. 원과 한을 풀어 드리는 해원의 단계를 넘어서 상제님 도를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상제님 도의 주도자가 되게 하는 행사가 바로 천도식입니다. 천도식을 하면 신명들이 안정을 누리며 자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도장에서 거행하는 천도식을 조금만 소개하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잘 몰랐던 나의 뿌리이신 4대조 조상님을 모십니다.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까지가 4대인데요. 아! 고조부 휘자諱字가 이렇구나, 할머니 휘자諱字가 이렇구나, 기쁘게 위패를 모시고 맛난 음식과 폐백과 도전 책도 올려 드리고 태을주 수행도 함께 합니다. 이후 조상님과 함께 도장에서 수행하고 기도하여 세상을 널리 건지는 태을랑이 되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뿌리이신 조상님 휘자諱字를 수첩에 기록하고 외우는 젊은 도생의 모습을 보기도 하는데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제 마음이 따뜻해지고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생들이 천도식을 통해 조상님과의 만남을 직접 체험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한 도생님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원주에 살고 계시는데요. 조상 천도식을 준비하면서 49일 정성 수행을 하였습니다. 정성 수행을 시작한지 1주일쯤 지나고 나니 수행을 할 때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오신다는 거예요. 그리고 며칠 지나니 할아버지가 수행도 같이 하셨습니다. 또 며칠 지났는데 이번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오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수행을 하실 때 할머니는 부엌에서 일도 하시고 청소도 하시고 하셨는데요. 49일 정성 수행이 끝나갈 무렵에는 수행 시간이 되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을 잡고 춤을 추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드디어 정성 수행 기간이 끝나고 천도식을 올리게 되었는데요. 천도식을 마치고 나니 상제님 어진으로 길이 쭉 나 있는데 할아버지가 그 길로 걸어가시더랍니다. 이 사례를 들으면서 저는 천도식이 조상님들에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조상님들이 얼마나 기쁘게 생각하시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최근에 입도하신 도생님의 사례를 하나 더 말씀드리면요, 이분은 입도를 앞두고 정성 수행을 하는 중에 아버지가 꿈에 찾아오셨어요. 아버지는 "먼 길 돌아오느라 고생 많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이 도생님은 입도를 준비하면서 천도식을 올려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는데, 그날 밤 아버지께서 다시 오신 거예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말씀하시기를 “우리 아들이 동아줄이니 꼭 잡으소.”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 옆에 5~6세 정도의 소녀가 보였는데 나중에 누님에게 물어보니 도생님이 태어나기 1년 전 돌아가신 누님이 있었다 하여, 제적등본을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습니다. 입도와 천도식을 준비하시던 이 도생님은 본인도 몰랐던 어릴 때 돌아가신 형제와 조상님들을 보았고 신도 세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상님께서 쓸 자손을 택하시고 도문에 인도하신 자손을 동아줄이니 꼭 잡아라 하시고 자손이 조상님의 호흡하는 숨구멍임을 보여 주신 사례입니다. 그러면 뿌리이신 조상님께 대한 감사함과 자손의 도리를 알 수 있는 『도전』 말씀을 함께 보겠습니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에 무한한 공부를 들이나니 그러므로 모든 선령신들이 쓸 자손 하나씩 타 내려고 60년 동안 공을 들여도 못 타 내는 자도 많으니라. 이렇듯 어렵게 받아난 몸으로 꿈결같이 쉬운 일생을 어찌 헛되이 보낼 수 있으랴. 너희는 선령신의 음덕을 중히 여겨라. 선령신이 정성 들여 쓸 자손 하나 잘 타내면 좋아서 춤을 추느리라. 너희들이 나를 잘 믿으면 너희 선령을 찾아 주리라. 태을주를 많이 읽으라. 태을주는 선령 해원 주문이니라. (2:119)


우리 모두는 선령신들이 60년 공부를 통해 타 내신 쓸 자손인데요. 이렇듯 어렵게 받아 난 감사한 몸을 놀고 즐기면서 헛되이 보낼 수는 없습니다. 안경전 종도사님께서는 “지금 천상에서는 각 성씨의 조상신들이 그 후손 하나를 살리려고 기도하며 절규하고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조상님들의 바람은 무엇일까요? 조상신의 바람은 오직 하나입니다. 내 사랑하는 후손아! 부디 깊은 잠에서 깨어나 물욕에 빠지지 말고 대도 진리를 닦아 살길을 열어 달라고 절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명심하고 명심해야 합니다. 진리 공부를 해야만 뿌리의 소중함을 알고 보은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조상님 음덕을 소중히 여겨 살릴 생生 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조상님이 좋아서 춤을 추신다고 합니다.

오늘 『도전』 산책 시간에는 나의 근원이자 뿌리이신 부모와 조상님을 어떻게 모셔야 하며 자손의 도리는 무엇인지를 『도전』 말씀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얼마 전 가까운 산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폭우와 강풍으로 나무들이 밑동을 드러내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작은 나무도 큰 나무도 뿌리가 뽑혀 말라 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몇 나무는 잘 견디어 바로 서 있기에 “나무야 너는 괜찮았구나?” 하니 “나는 뿌리의 힘으로 잘 견디어 냈어요.” 하는 겁니다.

나무가 뿌리의 힘으로 강풍을 이겨내듯 우리 인간은 뿌리이신 조상님께서 항상 지켜 주시고 돌봐 주심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말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는 무의식 속에 가장 먼저 천륜을 찾습니다. 큰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사람이 하나도 안 다친 경우에 모든 이들이 “조상님이 돌봐 주었구나! 조상님의 음덕이 크구나!” 이렇게 말을 하죠.

우리가 사는 이때는 우주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가을개벽기입니다. 가을개벽의 정신은 원시반본原始返本인데요. 원시반본은 시작, 근원을 바로잡아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디에서 살든, 가을개벽기에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죠. 자손이 열매 맺을 수 있도록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바로 조상님입니다.

새 우주가 열릴 때에는 큰 희생이 있습니다. 항상 깨어 있으라는 상제님 말씀대로 조상신의 애타는 절규와 기도에 응답하는 후손이 되어, 뿌리이신 조상님과 함께 천하대세에 눈뜨고 튼실한 열매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