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영화산책 ]
한재욱 / 본부도장

코코 Coco, 2017


평점 관람객 9.20점 | 기자평론가 7.83 | 네티즌 9.22
개요 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 미국 127분 | 2018.01.11 개봉
감독 리 언크리치
출연 안소니 곤잘레스 (미구엘 목소리),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헥터 목소리), 벤자민 브랫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 목소리)
등급 [국내] 전체 관람가
흥행 누적관객 3,512,168명 (03.11 기준)

영화 <코코>(2017)는 <겨울왕국, Disney's Frozen>(2013), <미녀와 야수, Disney's Beauty and the Beast>(1991) 이후 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17년 가을 개봉한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토이 스토리 3의 감독을 맡았던 리 언크리치가 감독을, 달라 K. 앤더슨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2012년 코믹콘에서 ‘죽은 자(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이라는 가제로 제작 중이라고 발표했던 적이 있다.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서 두 번째로 백인이 주인공이 아닌 영화다. 백인이 주인공이 아닌 첫 번째 픽사 영화는 Sanjay's Super Team이라는 단편 영화. 이 단편 영화를 제외하면 사실상 첫 번째라고 봐도 문제없다.

줄거리


우리의 주인공 미구엘은 대가족을 이루고 있는 구두 명장 집안의 막내이다. 사실 이 집안이 구두 명가가 된 것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고조할아버지)가 뮤지션이 되겠다며 아내와 딸을 버리고 떠난 후, 남겨진 할머니의 할머니(고조할머니) 마마 이멜다가 먹고살기 위해 구두를 만드는 가업을 시작하면서 비롯된 것이었다.

남편이 음악을 하겠다며 자신과 딸을 버리고 떠났으니 음악을 싫어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미구엘의 가족은 음악을 혐오하게 된다.
하지만 소년 미구엘은 뮤지션을 꿈꾸며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전설의 가수인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를 우상으로 삼고 있고, 죽은 자의 날에 아마추어 경연 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구엘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바로 델라 크루즈라고 생각하게 되고, 대회 참가를 위해 몰래 델라 크루즈의 무덤에 전시되어 있는 기타를 빌려 쓰기로 한다. 무덤에 몰래 들어가 기타에 손을 대는 순간 죽은 인간들이 보이고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증조할머니 코코의 표정


이 영화에서 가장 잘 표현된 부분은 코코 할머니의 주름과 얼굴 표정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내려앉아 하얗게 센 머리와 감은 듯 뜬 눈, 얼굴의 잔털까지도 정겹다. 누구의 기억에도 있을 법한, 한없이 자상한 할머니의 표정 한 컷만으로도 메말랐던 가슴속의 감성을 다시 퍼 올리게 한다.

코코는 소년 미구엘의 증조할머니 이름이다.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주름이 많은 코코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 생전의 모습을 너무 닮아서 감격스러웠다.
코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 표정만 봐도 눈물이 난다.
- 한 누리꾼의 감상평 중에서


죽은 자의 날 (망자의 날, 11월 1~2일)


이날은 단체 제사의 날, 즉 우리나라의 명절날과 같다.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들의 날’은 세상을 떠난 친지 가족들의 명복을 빌며 축제를 여는 날이다. 저세상으로 간 이들의 사진 앞에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놓고 추모하고 기억한다는 것이 핵심이며, 마냥 슬퍼하지 않고 음악을 즐기며 축제를 연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이 조상에게서 몸을 받은 은혜로 조상 제사를 지내는 것은 천지의 덕에 합하느니라. (道典 9:195)
동방의 조선은 본래 신교(神敎)의 종주국으로 상제님과 천지신명을 함께 받들어 온, 인류 제사 문화의 본고향이니라. (道典 1:1)


도전 말씀처럼 우리나라는 인류 제사 문화의 본고향이고, 1년에 설날과 추석, 그리고 개인별 집안 제사 등 조상 제사를 극진히 모시는 것이 멕시코보다도 훨씬 더 생활문화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사 문화를 영화로 만들면 더욱 흥미진진하고 놀라운 내용으로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는데, 최근 ‘신과 함께’와 같은 영화를 보면 코코에서 다룬 제사 문화만큼 멋지게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 천지의 덕에 합하는 숭고한 행위가 조상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한국의 제사 문화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언젠간 멋지게 나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사진이 없으면 이승으로 못 건너온다? - 저승출입국관리


‘신과 함께’에서는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것이 저승사자의 안내와 재판을 거치는 것으로 그려져 엄격한 질서와 법도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코코는 출입국 관리하는 관문 같은 것이 있어서 검열을 하긴 하지만 그렇게 엄격하진 않다. 그런데 자손이 조상님 사진을 모셔 줘야 이승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중요한 내용이 나온다.

저승 출입구에서 조상들이 자기 얼굴을 갖다 대면 모니터에 자기 사진을 자손들이 어디에 모시고 있는지 뜬다. 사진이 뜨면 이승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널 수 있고, 없으면 못 내려간다. 만약 억지로 내려가려고 다리를 향해 뛰더라도 꽃길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끌려 나오게 된다.

한국에서는 조상 제사를 지낼 때 영정影幀 사진이나 초상화를 놓고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없으면 위패位牌나 지방紙榜을 쓴다. 그렇다면 정말 사진이 없으면 조상신들은 자손을 만나러 이승에 올 수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올 수 없다고 생각된다. 상제님 말씀을 살펴보자.

呪誦(주송)은 神之路也(신지로야)요 符(부)는 神之宅也(신지택야)라
주송을 해야 신이 내 마음에 출입을 하며 부는 신명의 집이니라. (道典 8:102)


부는 신명의 집이라고 하셨다. 제사는 조상과 자손이 만나는 예식이다. 제삿날 제수를 차려 놓고 누구에게 올리는 제사인지를 고하는 사진이나 초상화나 위패, 지방, 그 어떤 것도 준비하지 않는다면 신명은 올 수도 없고, 누구의 밥인지도 정해지지 않아 대접받을 명분도 없게 된다. 천지의 덕에 합하는 거룩한 예식인 제사에 맞게 예를 갖추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무덤은 신명이 쉬는 집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 내용이, 저승에서 지상으로 조상들이 넘어올 때 도착하는 지점이 어디일까였다. 그곳은 무덤이었다. 천상에서 무덤을 통해 지상으로 나와 자손을 찾아가는 설정은 이 영화가 잘 표현했다. 사람이 죽어 묻히는 무덤에 대해 『다이제스트 개벽』 책의 내용을 요약 정리해 보면 이렇다.

사람이 죽으면 동서양 모두 대개는 혼이 떠난 육신을 땅에 묻고 무덤을 만드는데, 이 무덤은 인간이 죽음의 질서를 맞아 신으로 태어난 뒤 땅에 머물수 있는 ‘신명의 집’입니다. 다시 말하면 신명이 자손을 만나기 위해 수시로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처소가 바로 무덤입니다.

신명神明은 음체陰體이므로 보통 낮에 쉬다가 밤에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황혼이 지는 저녁 무렵이면, 마치 눈송이처럼 흰옷을 입은 신명들이 온 산천의 무덤가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다이제스트 개벽


신명이 자손을 만나기 위해 하늘땅을 오르내리는 장소가 무덤이라는 이 말씀은 영화의 내용과 잘 맞아떨어진다. 무덤은 이승으로 넘어오는 차원 관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안에 영정 모시고 제사, 무덤에서 꽃 뿌리고 제사


멕시코 문화를 보여 주는 영화 코코에서, 오히려 우리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 많았다. 집안에 조상님의 사진을 모시고, 또 무덤에서 조상들께 먹을 것과 꽃을 바치며 기리는 모습이 그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명절에 집안에서 조상 제사를 모시고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는 모습과 같다.

상제님은 인간이 하늘과 땅의 조화로 태어나며 혼(魂)과 넋(魄)이 있어서, 죽음의 질서를 맞으면 ‘혼은 하늘에 올라가 신神이 되고 넋은 땅으로 돌아가 귀鬼가 된다’고 하셨다.

예로부터 세상 사람들이 보통 ‘귀신’이라고 한 것은, ‘신神’과 ‘귀鬼’를 합하여 귀신鬼神이라 불러 온 것이다. 또한 신은 빛과 같이 밝은 광명의 존재로서 상제님께서는 다른 이름보다 신명神明이라고 즐겨 부르셨다.

땅 기운(地氣)으로 생성된 넋(魄)은 육신과 함께 땅(무덤) 속에 머무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귀鬼로 변모된다. 그런데 이 땅속의 귀鬼는 천상의 신神과 함께 자손의 화복禍福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은 백골이 묻힌 곳의 지기地氣가 시운을 타고 발음發蔭되어 후손의 삶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인간 탄생과 죽음의 질서로 인해 집에서는 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무덤에 가서는 귀에게 성묘를 올리는 것이다. 영화 코코는 집안에 사진을 모시고 무덤에서 꽃을 바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자손들이 바친 음식과 물건을 조상님이 가져간다


멕시코에서는 매년 망자들의 날에 음식을 준비하면 망자들이 그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 이승에 왔던 조상신들이 다시 저승으로 갈 때 자손에게 받은 음식이나 제물을 가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상제님께서는 흠향이란 말씀을 해주셨다.

신(神)은 사람 먹는 데 따라서 흠향(歆饗)하느니라. (道典 4:144)


사람이 제사를 올리면 신은 제수祭需의 기운을 드시는데 이것을 흠향이라 하였다. 나를 직접적으로 옆에서 지켜 주고 계신 보호성신들도 내가 밥 먹기 전 식고를 올리면 같이 드시게 되는 것이다. 도전에는 음식 외에 노잣돈의 개념도 등장한다.

전주 부호 백남신 성도님이 입문할 때 형렬에게 일러 말씀하시기를
“이제 조선 신명을 서양으로 건너 보내 역사(役事)케 하려 하노니 재주(財主)를 얻어서 길을 틔워야 할지라. 신명에게 노자를 줄 터이니 여산(礪山)의 윤공삼(尹公三)에게 가서 돈을 얻어 오라.” 하시거늘 마침 이 때 김병욱이 전주 부호 백남신(白南信)을 천거하니라. (道典 3:40)


이 말씀은 조선의 신명들을 서양으로 보내 천지공사의 큰일을 맡기시려는 상제님께서 노잣돈을 붙여 주는 장면이다. 돌아가신 분을 입관할 때 노잣돈을 올리는 문화도 마찬가지다. 우리 증산도 도생들도 신앙을 통해 이러한 진리를 체험하는 사례들이 있는데, 도장에서 천도식을 올릴 때 옷이나 물건 등 폐백을 올리고 나면 다음 날 꿈에서나 수행 체험을 통해 조상님들께서 올려 드린 옷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뵙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

귀신은 먹어서가 아니라 기운으로 응감한다.
(道典7:71:3)
치성 음식은 약이 되고 복이 되니 뚤뚤 뭉쳐 두지 말고 한 명도 빠짐없이 고루 나누어 먹으라.
(道典11:401:6)


1980년대에 신문에 실린 내용으로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한 대학교 식품영양학과 000 박사님과 대학원생 6명이 제사 음식에 대해 2주간에 걸쳐 10회의 실험을 반복했는데, 그 결과 제사를 지낸 음식은 10번 모두 평균 60~70%의 칼로리가 소멸되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제사 음식에 대해 신명이 감응하여 기운을 취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상제님께서는 치성 음식에 대하여 조상님의 은혜가 담긴 약이요 복된 음식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고조할아버지 고조할머니부터 모신다- 4대조 조상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는 음악가이고, 고조할머니는 신발 장인이셨다. 영화에서는 우리나라의 4대 봉사(奉祀)처럼 고조부모님부터 모시고 있다. 이런 스토리 구성은 우리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는 정말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날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면 성묘를 하면서 집안 어른들이 “이분이 누구신지 아니? 너희 5대조 할아버지 할머니이시다. 이분은 4대조이시다. 잊지 말아라.”라고 하시는 말씀을 자주 듣는다. 과학화, 서구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제사 문화의 본고향인 한국은 오히려 그 문화가 점차 잊혀져 가는 추세이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이를 소중한 문화 상품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저곳이 멕시코가 아니라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친밀하게 느껴진다. 우리에겐 과거형에 가깝지만, 가족들이 뭉쳐 가업을 이어 나가는 풍경이 문화적으로 낯설지 않다. 생활력 강한 ‘어머니’ 중심의 대가족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제사를 모시는 조상의 범위는 조선 초까지만 해도 신분에 따라 달리 하도록 규정하는 차등봉사差等奉祀 제도였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따르면 문무관 6품 이상은 3대 증조까지, 7품 이하는 2대 조부까지, 평민은 1대 부모에게만 제사를 받들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다가 조선 중기부터 사림들을 중심으로 주자朱子의 ‘가례家禮’를 좇아 차츰 4대봉사四代奉祀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8세기 이후에는 서민층까지 부모·조부모·증조부모·고조부모까지 제사를 받드는 4대봉사가 관례처럼 정착되었다고 한다.

집안에 조상님 사진을 단을 쌓아 모신다


상제님께서는 후천 선경세계가 가가도장이라고 하셨다. 집집마다 천지일월과 조상선령신을 모시고 도를 닦는 마당인 것이다.

후천 선경세계는 가가도장(家家道場)이요, 인신합덕(人神合德)으로 인인(人人)이 성신(聖神) 되어 만백성이 성숙하고 불로장생하는 무궁한 조화낙원이라. (道典 7:1)


영화에서는 미구엘의 집안에 4대 조상님들을 단별로 화려하고 체계 있게 모신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인류가 예로부터 전하여 내려온 천신단 문화의 한 면모가 아닌가 생각했다.

증산도에는 선천종교들과는 완전히 다른 하나님과 조상님을 동등하게 모시는 문화가 있다. 이런 장면들은 집안에 신단을 꾸밀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행복한 문화적 고민을 하게 해서 너무 좋았다.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사라진다


코코 영화에서 가장 슬프면서 충격적인 장면이다. 영화에서 영혼들은 이승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마지막 죽음을 맞는다.

고조 할아버지의 지인 : “난 사라져 가고 있어!”
고조 할아버지 : “그 애(코코)가 나를 잊어 가고 있어!”
미구엘 : “용서는 못하더라도 잊혀지면 안 되잖아요!”


영화의 주제가도 Remember me(기억해 줘)이다. 가족이 사진을 모시는 것, 그것의 핵심은 바로 ‘기억’이다. 세상을 떠난 가족이지만 그 온기와 사랑을 기억하는 것, 그들이 남겨 준 모든 기억의 유산들을 없애지 않고 남기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의 핵심으로 그려진다. 이 점이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자손들의 기억에서 잊히면 조상신명은 사라지는 것일까? 또 자손들이 기억하면 계속 천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도(道)를 잘 닦는 자는 그 정혼(精魂)이 굳게 뭉쳐서 죽어서 천상에 올라가 영원히 흩어지지 아니하나 도를 닦지 않는 자는 정혼이 흩어져서 연기와 같이 사라지느니라.” 하시니라. (道典 9:76)


영화는 마치 자손들이 기억하고 있으면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억 이전에 개개인이 스스로 참 진리를 만나 도를 닦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기억의 측면으로 볼 때 가장 불행한 영혼들은 낙태아들이다. 낙태아들은 이름도 없이 부모들의 손에 의해, 의사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 간다. 제사를 지내 주는 이도, 기억해 주는 이도 없이. 왜 탄환과 폭약으로 화하여 영혼으로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지 반드시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잊혀져가는 이들끼리 서로 가족처럼 지낸다


영화에서 흥겨운 사후 세계의 분위기에 비해, 잊혀져 가는 영혼들이 사는 뒷골목이 나온다. 이들은 동병상련으로 자기들끼리 서로 가족같이 지낸다. 영화관에서 이 장면을 보면서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중천신이 떠올랐다.

자손을 둔 신은 황천신(黃泉神)이니 삼신(三神)이 되어 하늘로부터 자손을 타 내리고 자손을 두지 못한 신은 중천신(中天神)이니 곧 서신(西神)이 되느니라. (道典 2:118)


천상에서 자손이 없는 신명은 지상의 부모 없는 고아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의탁하여 마음 붙일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상제님은 자손이 없는 신명을 중천신이라 하셨다. “지금은 천지도수가 정리되어 각 신명의 자리가 잡히는 때라.”(4:9) 하신 말씀대로 자손줄이 끊어져 외롭게 떠도는 고독한 중천신을 해원시키기 위해 그들에게 복록을 맡아서 처리하는 권한을 부여해 주셨다.

이처럼 중천신은 자손이 없어서 잊히는 존재이지만, 이 세상에는 자손이 있어도 무관심과 무지에 의해 잊히는 조상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 그릇된 가르침과 신념에 의해 조상신을 마귀라고 배척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른 점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황천신임에도 중천신보다 더 비참한 조상신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중천신에게 복록을 맡겨 고루 나누어 주게 하리라.
앞세상에는 공덕(功德)에 따라서 그 사람의 복록이 정하여지나니 치우침과 사(私)가 없느니라. (道典 9:143)


중천신은 자손이 없기 때문에 모든 일에 공평무사公平無私하다. ‘복록소’란 이름 그대로 지상 인류의 행복과 녹줄을 주재하는 성소이다. 복록소는 신경원 성도의 책임하에 중천신中天神들이 관장하고 있다.

죽을 때 모습 그대로 사후 세계로 간다


영화에서 표현된 영혼의 모습은 피부는 없고 뼈다귀로 되어 있다. 이것은 인간과 영혼을 확실히 다르게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되는데, 실제 사람이 죽으면 죽을 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천상으로 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코코가 어떻게 영혼 세계의 모습을 표현할지 기대를 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증조할머니인 코코가 죽어서 자기 부모와 자손들에게 내려갈 때, 죽을 당시의 나이에 맞는 모습을 하고 있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 또한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고조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젊은 모습을 하고 있고, 자기들의 딸인 코코는 할머니의 모습인 것이다.

조상의 축복을 받아야 지상으로 갈 수 있다


미구엘은 죽은 사람의 물건을 훔치다 저주를 받아 산 자로서 죽은 자의 세상에 가게 된 후 조상님의 축복을 받아서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다. 조상님의 은혜를 받아야 저주를 풀고 살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가을개벽을 맞아 상제님 진리를 만나게 되는 절대적인 인연이 조상님으로부터 오게 된다는 도전 말씀과 연결된다.

선령신이 짱짱해야 나를 따르게 되나니 선령신을 잘 모시고 잘 대접하라.
선령신이 약하면 척신(隻神)을 벗어나지 못하여 도를 닦지 못하느니라. (道典 2:78)
복(福)은 위로부터 내리는 것이요, 아래에서 치오르지 아니하나니 부모를 잘 공경하라. (道典 9:11)


이 영화는 은혜를 아는 인간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다. 종도사님께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다.

“자기 조상한테 ‘저를 축복해 주세요’, 자기가 기타를 통해 예술적 삶을 살 수 있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재능, 신적 재능divine gift를 얻게 축복해 달라는 것은 굉장히 잘된 내용이다.

인도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도, 제자에게 있어서는 스승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 수제자가 된다. benevolence, 그 은총이라는 말이 굉장히 중요하고, 우리가 도를 전해 준다는 것은 포교로 진리의 은총을 내려 준다는 것이다.” (도기 148년 1월 23일, 종도사님 도훈)



영혼의 안내자, 알레브리헤


애니메이션 영화 ‘뮬란Mulan’에서는 집안의 수호 동물 이야기가 나온다. 뮬란에서는 많은 동물들 중 작은 용이 그 역할을 해 낸다. 영화 코코에서는 애완동물이 그 역할을 한다. #신교 문화에서는 신비로운 동물 형상의 신수들이 등장한다. 고구려의 벽화에서도 사신도와 도깨비 등 자연신들이 그들이다. 동물도 천상에서 진화를 하면(영격이 높아지면) 변화한다고 볼 수 있다.#

상제님을 따라 천상에 다녀온 김형렬 성도는 천상에서 진기하고 기이한 짐승들을 보게 된다.

굽이굽이 난간에는 봉황이 간간이 울고, 파랗고 노란 지붕에는 상서로운 용이 때때로 돌며 뜰 앞에는 온갖 꽃나무들이 아름답게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참으로 그윽하니 그 갖가지 화초는 인간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기이한 것들이더라. (道典 4:33)


상제님께서 천지대신문天地大神門을 열고 대원사를 나서실 때 동물들이 찾아온다.

골짜기의 온갖 새와 짐승들이 모여들어 반기면서 무엇을 애원하는 듯하거늘
이들을 바라보며 말씀하시기를 “너희들도 후천 해원을 구하느냐?” 하시니 금수들이 알아들은 듯이 머리를 숙이는지라 (道典 2:12)


후천 선경시대에 동물들의 한도 풀어 주시리라 짐작할 수 있는데 영혼의 안내자로 불리는 알레브리헤가 그런 문화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에서 개와 고양이는 지상과 인간계를 오고갈 수 있고 조상님들을 본다. ‘단테’라는 개는 털 없는 것이 특징인 멕시코 토종 견종 ‘숄로’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멕시코에서 숄로 견종은 망자를 지하 세계 믹틀란으로 안내하는 길잡이라고 한다. 단테의 이름은 신곡神曲을 쓴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에서 따왔다. 신곡은 단테가 죽은 자들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에 좋은 콘셉트인 것 같다.

태모님께서 “12방위의 열두 동물을 구하여 오라.” 하시어 각 방위에 세우시고 12방위를 맡은 열두 동물에게 “너희들도 알지 않느냐?” (道典 11:129) 하신 말씀은 12지지의 원리를 상징하기도 하겠지만, 이 동물들도 천지가 새로 태어나는 개벽을 알고 있고, 역할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맺음말


이상 영화 코코에 담긴 신관과 역사문화 코드를 살펴보았다. 영화 ‘신과 함께’는 죄와 벌이라는 주제를 통해 저승사자, 염라대왕, 심판, 환생 등을 다뤄 무거운 내용인 반면, ‘코코’는 제사 문화의 중요성, 조상님의 축복, 도를 닦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수행론, 아즈텍 문화와 한국, 신수 문화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고 유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영화는 사후 세계에 대해 마치 음과 양처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전해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더불어 양자 모두 공통적으로 가족애라는 주제를 담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으며, 물질과 사리에만 치우친 인류에게 우주의 안쪽 세계, 신도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다. 영화 코코를 통해 조상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뿌리에 대해 다시 한번 각성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디즈니 픽사의 ‘베테랑’ 한국인 스태프들
영화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에 비주얼적 부분에 완성도를 높여야 했다. 조명부터 시각 효과, 레이아웃까지 디즈니 픽사의 ‘베테랑’ 한국인 스태프들의 활약이 ‘코코’를 완벽하게 탄생시켰다.

시각 효과 ‘인사이드 아웃’ ‘도리를 찾아서’에 참여했던 비주얼 이펙트 아티스트 장호석은 ‘코코’에서 물, 연기, 불 등 시각 효과 파트를 맡아 활약을 펼쳤다. 그는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냈다.

조명 ‘몬스터 주식회사’부터 ‘인사이드 아웃’까지 10편 이상의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활약한 마스터 라이터 조성연은 ‘코코’에서 조명을 맡았다. 그는 ‘코코’에 참여한 첫 번째 한국인 스태프이기도 하며 그의 재능과 노력 부여는 조명 작업도 ‘예술’로 승화시켰다.

레이아웃 레이아웃 아티스트 김성영은 수평의 산타 세실리아와 수직의 죽은 자들의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 속 세계와 장면 전체를 신경 썼다. 두 세계의 레이아웃을 반대로 만드는 방법으로 독특한 평행세계를 구현해 내 ‘기억’이라는 주제를 현실과 환상에 모두 녹여냈다.

디즈니 픽사 속 한국 스태프들의 섬세하고 완벽한 협업이 있기에 ‘코코’가 “디즈니 픽사의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신과 함께’와의 비교
‘코코’ 속 사후 세계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신과 함께’와 비교할 때 분위기가 딴판이다. 심판도 평가도 이곳엔 없다. 이곳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처럼 죽은 자들이 죽음 이후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매해 10월 마지막 날 열리는 ‘죽은 자들의 날’을 공포의 날이 아니라 축제로 삼아 즐기는 멕시코 문화를 반영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코코’ 속 죽은 자들의 세계는 화려한 조명으로 어둠을 밝힌 아름다운 공간이다. 살아있는 자들의 세계보다 더 화려하고 알록달록하게 표현된다. 차이는 있지만 죽은 자들조차 색깔과 음악의 기쁨을 온전히 누린다.

‘신과 함께’가 드라마drama와 클라이맥스climax로 이끌어가는 정서적 폭발에 집중했다면 ‘코코’는 그림과 캐릭터에 미적인 가치와 철학을 담고,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독창성과 창의성, 일반성을 스토리에 담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죽은자들의 날 (Día de los Muertos, 망자의 날)
멕시코에서 국경일로 지정되어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기념일이다. 2008년에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에 각 가정과 공원 등에 제단을 마련하여 해골 조형물과 초, 마리골드(Mexican marigold, 멕시코 국화인 금잔화 꽃) 등으로 장식하고 해골이나 뼈다귀 모양의 사탕과 초콜릿을 준비한다. 31일에 제단을 마련한 후 11월 1일에는 죽은 아이들을 기리며 기도를 올린다. 11월 2일에는 죽은 어른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1년에 단 한 번, 죽은 자들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러 오는 날로 ‘죽은 자들의 날’과 ‘모든 영혼의 날’이 합쳐져서 할로윈 데이가 만들어졌다고 보기도 한다.

원래는 아즈텍Aztec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명절이며, 가톨릭Catholic과 무관한 행사였으나 멕시코인들이 대부분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가톨릭의 모든 성인 대축일(만성절萬聖節)에 편입되어 만성절 기간 동안 쇠는 명절이 되었다.

■<주제가> Remember Me
사후 세계를 음악과 함께하는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그린 것은, 풍류가무를 즐기는 우리 민족의 고유 정서와 유사하다. 고조할아버지 헥터가 딸 코코를 위해 지은 “Remember me”는 코코의 주제가로 천륜을 노래하여 조상과 자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준다.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say good bye
Remember me, don't let it make you cry
For even if I'm far away I hold you in my heart
I sing a secret song to you each night we are apart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travel far
Remember me, each time you hear a sad guitar
Know that I'm with you the only way that I can be
Until you're in my arms again
Remember me

나를 기억해 주세요, 이별을 고해야 하지만
나를 기억해 주세요, 울지 말고요
내가 멀리 있을지라도 당신을 내 마음에 담을 거예요
우리가 떨어져 있는 모든 밤에 나는 비밀스러운 노래를 부를 거예요.
나를 기억해 주세요, 먼 여생을 떠나야 하지만요
나는 기억해 주세요, 슬픈 기타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당신과 함께 있음을 알아주세요
내 품에 그대를 다시 안을 그날까지
나를 기억해 주세요

노랫말만 들어도 가슴이 저려 온다. 딸을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아빠, 오직 다시 만날 날만을 고대하며 그리워하는 가족애를 듬뿍 담고 있다. 영화 설정상 기억 자체가 영혼이 생존하느냐 사라지느냐 하는 것이어서 더욱더 간절하게 느껴진다.

■멕시코와 한국
제사 문화에서 가족애, 생활문화까지. 영화 코코를 보면 멕시코와 한국이 너무나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멕시코 한류, 천년의 흔적을 찾아서’(2017년 방송)를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손성태 교수가 현지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1) 멕시코의 조상 아즈텍인의 놀이문화가 한국과 똑같다. 구슬치기, 굴렁쇠, 말뚝박기 등과 우리나라와 똑같은 방식의 놀이인 팽이와 죽마놀이를 만나게 된다.
2) 멕시코 박물관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조상들이 아시아에서 왔다는 것은 정설이라고 한다. 아즈텍 문화 속에서 팔괘 형상이 발견되는 내용도 다룬다.
3) 아즈텍 원주민과 우리 민족의 상투머리가 같다.
4) 맥이족이 고조선의 수도 아스틀란에서 베링해협을 건너 멕시코로 갔다.
5) 안데스 산맥에서 발견된 아즈텍 미이라의 유전자가 한국인과 가장 유사하다.
6) 멕시코 원주민 언어와 한국어가 아주 유사하다.
7) 아즈텍, 마야 문명의 태양신의 상징이 고리 태극 문양인데 우리 민족의 음양 태극원형 모양도 발견된다.
8) 아즈텍 테오티와칸 유적지의 케찰코아틀 신의 형상에 고리 태극 모양, 우리나라 용조각의 고리 모양과 같다.
9)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의 토끼 그림을, 멕시코 선조들은 토친 또는 토치틀리라고 불렀다. 달에 토끼가 산다고 믿은 것도 동일하다.
10) 마야 달력 그림에 나오는 팔괘, 그 팔괘 속에 태극 모양이 발견된다.



세계 각 민족이 인류 시원국가인 환국에서 뻗어 나갔다는 놀라운 사실이 인종학적, 언어와 생활 풍습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환국의 문명은 서쪽으로 전파되어 수메르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그리스 문명을 낳았고, 동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아즈텍 문명, 잉카 문명 등을 개척하였으며, 남쪽으로는 인더스 문명에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즉 환국은 전 세계 고대문명의 모체이자 근원인 것이다.

베링 해협을 건너간 환족과 배달·조선이 개척한 중남미 마야 문명과 아즈텍 문명의 유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제천문화의 자취가 있다. 지구라트와 피라미드가 바로 그것이다.

손성태 교수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언어, 풍속, 지명을 비롯한 여러 고문서와 유물을 통해 아즈텍 문명을 건설한 멕시코 원주민은 동북아의 한민족임을 밝히고 있다. 인디언들의 역사 문화와 생활 속에는 한민족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디언들의 정신과 삶을 지배했던 언어 생활, 탄생과 장례 문화를 비롯하여 머리에 상투 튼 풍습은 우리와 매우 닮았다. [환단고기 해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