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문명 탐구 | 3D 프린터, 1인 제조공장 시대의 개막

[기고]
“빈부의 차별이 철폐되며,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이 바라는 대로 빼닫이 칸에 나타나며
운거(雲車)를 타고 공중을 날아 먼 데와
험한 데를 다니고 땅을 주름잡고 다니며
가고 싶은 곳을 경각에 왕래하리라”(道典 7편 5장)


2013년 2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의 미래와 일자리 창출을 언급하면서 “3D 프린터는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의 제조방법을 혁신할 것”이라 발표했다.

세상을 뒤바꿀 혁신기술로 여겨지는 3D 프린터는 단순한 제품 생산이 아닌 인간의 장기, 음식, 집을 비롯한 우리 인간의 생활문화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프린트하는 차세대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이 프린트해 물건을 생산한다


2025년 7월 ○일, 올해 7살이 되는 사랑스런 딸의 생일파티를 준비 중인 A씨. 올해는 혼자 모든 걸 준비해야 한다. 아내가 여름휴가로 7억 광년 떨어진 ‘우주은하문명탐험’에 갔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딸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 중이다. 3D 프린터로 생일 케이크는 다 뽑았고 나머지 음식들도 프린팅 중이다. 애들이 좋아해야 할 텐데...”

“음식프린트를 마치고 A씨는 마트에 가서 선물을 고를까 생각하다 컴퓨터를 켰다. 온라인 공유플랫폼인 ‘상상나라’에 접속해서 여러 모델들을 검색하다 최근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완구세트’ 설계도면을 다운받았다. 3D 프린터에 연결한 뒤 실행버튼을 누르고 최근 출시된 ‘2016 과거로의 여행’이란 영화를 보면서 프린팅이 끝나길 기다린다.”

이 시나리오는 곧 다가올 미래이야기다. 3D 프린터가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으며 “나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내 손으로 바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즉 미래의 제조업은 ‘1인 제조 공장’(One person Factory)이란 것이다.

1인 제조 공장이란 대규모 자본이나 공장과 같은 설비 없이도 누구나 자신이 발명하고 디자인한 제품을 3D 프린터 등을 통해 손쉽게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이제 3D 프린터는 신발, 옷, 음식, 집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프린트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문분야인 의료산업과 건축, 자동차 제조업, 항공 산업 등 대부분의 제조업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핵심 기술로 등장하고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3D 프린터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알아보자.

신체에 꼭 맞는 옷을 출력한다


지금까지 의류는 천이나 가죽을 이용해서 옷감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 후 옷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3D 프린터로 옷을 제작하는 과정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3D 스캐너를 이용해서 신체 구석구석을 스캔하고 이를 3차원으로 구성하여 자신의 신체에 꼭 맞는 옷을 출력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3D 스캐너와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각 개인의 신체 부위에 꼭 맞는 완전 맞춤형 옷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도시공학자인 진선미眞善美씨에게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한韓민족과 인류 문명》 강연회에서 〈우주 문명의 기원과 한민족의 역할〉에 대해서 발표를 하기 때문이다.

2025년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문명 혜택은 ‘고대의 지혜Wisdom of the Ancients’라 불리우는 우리 선조들의 업적이라 한다. 뭘 입을까? 잠시 고민하다 3D 스캐너 앞에 섰다. 전신스캔을 마치고 색상과 옷감을 선택 중이다.

대중 앞에 설 때는 평범한 정장이 좋겠지만 오늘은 왠지 좀 세련되고 멋스럽게 보이고 싶다. 그래, 오늘 강의에 어울리는 전통 한복이 좋겠다. 과거 자료 중에 2014년 3D 한복디자인 컬렉션을 선택하고 실행 버튼을 눌렀다.”

주택과 건물을 프린트한다


전문 건축 기업에 주택설계와 시공을 의뢰하고 수개월에 걸쳐 집을 지어 오던 기존 건축업계에 지각변동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콘투어 크래프팅Contour Crafting이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베록 코시네비스Behrokh Khoshnevis 교수가 선보인 3D 콘투어 크래프팅은 「24시간 안」에 집을 지을 수 있게 해준다. 이 기술의 현실화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여러 가지다.

우선 대형 3D 프린터를 활용해 건물의 외벽, 토대, 지붕을 찍어냄으로써 아직도 노동집약적 공정에 의존하는 건축 산업을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다. 또한 하버드 박사과정 학생인 마고 립트신에 따르면 3D 프린터를 이용할 경우 건축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70%를 낮추면서 폐기물 발생량도 제로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컴퓨터가 모든 작업을 처리하기 때문에 오차가 전혀 발생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한 달이면 웬만한 전원주택 단지 하나를 조성할 수 있고, 공사기간이 단축되는 만큼 건축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직선과 곡선 등 모든 형태의 디자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내면의 본성을 충족시켜줄 꿈의 이상적인 주거공간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인체의 장기도 프린트한다


3D 프린터로 신체 부위를 만든다고요?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3D프린팅 기술은 보건 의료 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다.

장기를 만드는 재료 또한 플라스틱, 수지, 실리콘, 티타늄 등 금속을 넘어 뼈, 세포, 조직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외과 의사들은 뼈 대체용으로 3D 프린터로 인쇄한 임플란트를 사용하고 보청기, 틀니, 의족 등 개인맞춤형 의료보형물을 제작하는 데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보다 진화해서 세포를 이용해 인체 장기를 출력하려는 수준까지 왔다. 3D프린팅은 바이오 프린팅이나 마이크로/나노 프린팅과 같은 차세대 유망 산업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인공혈관, 인공신장, 인공 피부 등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3D 프린터로 제작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소형 배터리가 등장함으로써 향후 의료 기기나 초소형 로봇 등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의학계가 3D 프린터로 인한 기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제조업이 사라진다


3D프린팅 기술은 이와 같이 급속도로 진화하며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비교적 간단한 생활용품을 넘어 자동차나 항공기 제작에도 3D 프린터가 사용되고 있으며 초콜릿, 피자와 같은 음식은 물론 눈 세포, 인간의 두개골, 간과 같은 신체기관까지 3D 프린터로 출력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3D프린팅이 차세대 생산기술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기술의 특성 때문이다.

1) 개인 맞춤화
2) 디자인 고도화
3) 생산 공정 간소화
4) 주문자(On-Demand) 제조
5) 개인별 제작도구
6) 바이오 프린팅
7) 마이크로/나노 프린팅

기존 생산 기술의 한계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차세대 유망 산업에 적합한 새로운 생산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3D프린팅은 제조사만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던 제조 기술의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지금까지 명백히 분리돼 있었던 제조와 소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3D 프린터를 보유하거나 대여를 통해 개인도 손쉽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제조라는 행위 자체가 “기업이 아닌 개인의 영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3D프린팅 기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로 구현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원하는 제품의 3D 도면을 찾아 다운로드 받기만 하면 그것이 어디에서 디자인되었든지 상관없이, 내가 원할 때 집에서 또는 집 가까운 곳에서 바로 출력할 수 있는 1인 제조 공장(One person Factory) 시대를 활짝 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