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의 자기계발] 인체의 신비 | 뇌는 본래 한마음

[칼럼]
“잔재주가 많으면 대성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리 찔끔 저리 찔끔 배운 것, 본 것은 많은데 진득하게 한 가지 일을 깊이 파지 못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그레드웰Malcolm Gladwell은 1만 시간의 법칙, 즉 누구나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노력하면 한 분야의 천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직장인들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실수가 잦고,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가는 건지. 혹시 머리를 쓰는 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굳은 신심을 내야하는 구도의 길이나 스포츠 분야나 학업, 여느 직장 업무에서도 일정의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임계점臨界點을 넘을 수 있다. 집중을 하면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한 가지 일에 꾸준히 전념하여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도 그 일이 참 어렵다. 이번 호에서는 뇌 과학의 입장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법, 제대로 머리를 쓰는 방법’을 알아보려한다. 주의를 기울일 때 뇌에는 어떤 기저가 작동하는 것일까? 학습과 기억에 매우 중요한 주의, 집중력에 대해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주의력을 높이기 위해 뇌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지 알아보자.


선택적 주의집중


스마트폰에는 녹음기능이 다 있으니 녹음기 앱을 실행해보자. 노래도 좋고, 이 기사를 소리 내 읽는 것도 좋겠다. 녹음된 파일을 들어보자. 생각보다 잡음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녹음기나 스피커 탓이 아니다. 실제 그만큼의 소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시끄러운 마트에서 내 아이의 울음소리가 유독 잘 들리거나, 덜컹이는 버스 안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 수 있는 것은 모두 ‘선택적 주의집중’ 덕분이다.

감각기관은 주변에 거의 모든 정보를 수용하지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뇌에서 판단한다. 주변 소음은 무관심이란 필터를 통해 걸러지고 아이의 울음소리에 집중한다. 아직 어떤 과정으로 중요한 소리를 인식하고 그렇지 않은 소리를 무시하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끔은 중요한 소리인데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엄마들은 대개 아빠들 보다 아이 울음소리에 더 민감하다. 왜 그런지 연구가 있긴 하지만, 남자들이 핑계를 대는 구실이 될지도 모르니 넘어가도록 하자.

인지신경심리학자 마이클 포스너Michael Posner의 주의에 관한 이론에 따르면 외부 자극을 처리하는 데 뇌는 세 가지 다른 시스템이 완전히 하나로 통합되어 작용한다고 한다. 첫째 새로운 자극을 감지하는 능력, 다음은 그 자극 쪽으로 주의를 돌리는 능력, 그리고 자극의 성질에 바탕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능력이다. 포스너의 모형은 두뇌의 기능과 주의력에 대해 여러 사실을 알게 해주었는데, 특히 감정, 의미, 멀티태스킹, 타이밍이 주의력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밝혔다.

-감정感情은 우리의 주의를 끈다
감정에 자극을 주는 사건들은 중립적인 사건들보다 더 잘 기억된다. 이런 걸 광고제작자가 놓칠 리가 없다. 광고는 시청자의 주의를 잡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이용한다. 강한 자극, 뒤통수를 치는 반전, 심지어는 의도적인 불쾌함까지. 요즘 경부고속도로에는 졸음운전을 경고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다. “졸음운전의 목적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섬뜩하다. 오던 졸음이 다 사라진다. 이런 협박성 경고에도 잠이 오는 심각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다른 광고를 보자. 액션배우 장클로드 반담이 나란히 달리는 두 트럭 양쪽 사이드미러에 한 발씩 디디고 팔짱을 낀 채 서있다. 트럭은 점점 멀어지고 특유의 다리찢기를 선보인다. 배경음악으로 앤냐의 Only time이 흘러나오고 반담은 음악을 감상하듯 평안한 표정을 짓는다. 게다가 트럭은 지금껏 후진을 하고 있었다. 볼보 신형트럭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광고다. 위험천만한 장면에서 안정성을 강조한다고? 이 광고의 제작사측은 “기존의 전시회 같은 전통적인 광고 형식의 틀을 깨고, 볼보의 새 트럭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안전한지 감성적으로 다가가려 한 것이 먹혔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탄 이 광고 덕분에 볼보의 인지도가 46%나 올랐다고 한다. 빠르게 변하는 트랜드, 쏟아지는 광고 홍수 속에서 기업은 고객의 관심을 잡아야 하고 주의를 지속시켜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 흥미, 감정에 충격을 주는 방식(ECS: emotionally competent stimulus) 등, 광고는 뉴로마케팅이란 분야처럼 뇌과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비자의 관심을 모은다.

-주의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공부를 하더라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이것을 배워야 하는지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면, 강의를 하면서 개념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면 마치 의미를 모르는 단어를 불러주고 외우라고 하는 것과 같다. 결국 들어도 기억에서 곧바로 사라진다. 집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의를 기울이면 학습 효과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주의력은 기억력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의 성과를 향상시킨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정반대의 환경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NO! 멀티태스킹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있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즉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물론 일상에서 우린 늘 멀티태스킹을 행하고 있다. 길을 걸으면서 음악을 듣거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를 마신다.

마치 컴퓨터가 메모리를 나누어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구동하는 것 같이 익숙해지면 누구나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집중을 요하는 작업에는 멀티태스킹이 절대 이뤄질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뇌는 멀티태스킹이 아닌 스위치태스킹Switchtasking을 한다. 뇌는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처리한다. 멀티플레이어는 이 스위치태스킹을 빠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일이 잦을수록 뇌는 주의를 스위칭(전환)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책을 읽다가 전화를 받고 나면 어디부터 읽었는지 헤매던 경험을 해보셨을 것이다. 다시 그 부분을 찾고 앞의 내용을 연결시키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가뜩이나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은데 회의다 뭐다 자꾸 방해할 때 이렇게 외쳐본 적이 없으신지? “제발 좀, 지금 이것부터 마무리해야 한단 말이야.”

연구결과 외부요인으로 중간중간 작업이 중단되면, 그 일을 하는데 시간이 50%는 더 들 뿐 아니라 실수도 50%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물게 다른 사람들보다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잘 옮겨가며 숙련되게 일하는 사람이 있긴 하다,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있는데, 한 번에 작업창을 수십 개를 띄워놓고 일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그렇다고 작업환경을 멀티태스킹으로 몰고 가서는 곤란하다.

일상적인 멀티태스킹도 주의해야 한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교통사고가 날 뻔한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또한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운전을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이렇게 운전을 하면 위기상황에서 브레이크를 2분의 1초 늦게 밟게 되고 시속 100km 속도라면 10m를 더 나가게 된다. 추돌사고의 80%는 어떤 이유에서건 주의가 흐트러진 3초 이내에 발생한다. 단순히 물건을 하나 줍는 것만으로도 교통사고의 확률은 9배나 커진다고 한다. 멀티태스킹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실수를 증가시킨다. “소중한 사람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는 광고처럼,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때는 폰은 잠시 꺼두는 게 좋다. 업무 중에는 단체 카카오톡은 알림을 꺼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뇌도 휴식이 필요하다


-외국어 습득은 어릴수록 좋다?
어려서 모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습득하는 아이들에게는 간혹 이중언어장애(Bilingual disorder)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중언어장애란 두 언어 모두 정상적인 발단단계보다 늦어지거나, 조음장애(발음이 부정확)나 말더듬 같은 언어장애가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요즘은 조기 영어교육, 유학이 워낙 많은지라 이런 문제가 빈번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급적 모국어 습득에 중요한 시기인 5세 이전에는 무리하게 외국어를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7세 이후부터 외국어 교육을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남들 다 하는데, 누구네 애는 괜찮던데’라며 전문가의 조언을 외면한다. 누가 옳을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외국어를 배우면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모국어에 간섭이 일어난다. 언어는 인지발달의 최상위에 있고 대단한 주의와 훈련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발달이 늦어지면 그만큼 학습과 인지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부모의 욕심이 아닌가도 냉정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너무 많은 정보를 꾸역꾸역 집어넣듯이 배우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든 예화이다.

-지나친 정보 전달의 부작용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너무 익숙한 나머지 초심자들에게 어떻게 들리지는 잘 생각하지 못한다. 기초적인 수준에서 반복해서 강의를 듣는 것은 그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에게는 따분할지 모르지만 초심자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나쁜 교수법이란 정보와 정보가 연결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다. 듣는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교 교실에서만 그런 실수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진리를 전하는 순간에도, 상품판매나 방송매체의 보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가 초심자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많은 상황에서 비슷한 실수가 일어난다. 기본적인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초심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수면이 주는 효과
휴식이란 말이 나왔으니 잠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잠이 학습에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잠을 자는 동안 뇌가 진짜 휴식을 취하는 순간은 비非REM 수면(REM수면이란 급속안구운동이 일어나는 주기이고, 나머지를 비REM이라 한다)이라는 깊은 잠에 빠졌을 때인데, 전체 수면시간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잠자는 시간 육체는 일시적인 동면상태로 휴식을 취하지만, 뇌는 오히려 믿을 수 없을 만큼 활동적이고 수많은 뉴런들이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 잠자는 동안 뇌는 낮 동안 학습한 내용을 아주 빠른 속도로 반복해서 재학습한다. 단지 그뿐일까?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에프는 자고 일어나 문득 주기율표를 생각해냈다. 잠을 자고 나서 영감을 얻는 과학자가 멘델레에프뿐만이 아니다. “Let’s sleep on it.”이란 말처럼 ‘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는’ 것은 문제 해결에 유용한 경우가 꽤 많다.

최근에는 수면과 무관해 보이는 다른 기능들과 수면의 관련성을 밝히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잠이 부족하면 섭취한 음식을 이용하는 능력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인슐린을 만들고 뇌가 가장 좋아하는 포도당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능력이 형편없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더 먹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얼마나 자야 하느냐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사람마다 상황(나이, 성별, 환경, 유적력)이 다르다. 대략 7~8시간은 자야 한다고 하는데, 할 일도 많은 일상에서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럼 해결방법이 없을까, 잠깐의 낮잠이 어떨까? 특히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업무일수록 낮잠이 매우 효과가 높다고 한다. 낮잠과 비행사의 업무능력에 대해 연구한 NASA의 마크 로즈킨드Mark Rosekind는 “단 26분으로 업무수행 능력이 34%나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낮잠 말고 어디 있나?”며 낮잠이 주는 효과를 강조했다. 브루노 콤비Bruno Comby의 『낮잠이 내 몸을 살린다』는 책이 있다. 자크 시라크 전前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력’ 추천한 책이다. 그는 뜻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때, 운전 중 피로할 때, 머릿속에서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 중요한 약속이나 회의 회견 시험이 코앞일 때, 몸이 나른하고 활력이 떨어져 업무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이럴 때는 만사를 제쳐놓고 낮잠을 자라고 한다.

답은 이미 우리 손에 있다


한 스님이 절 지붕을 보수하기 위해 바가지에 그림을 그려 팔았다.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가장 잘된 것을 골라 큰스님에게 올려드렸다. 그런데 큰스님은 대뜸 “그 바가지를 깨뜨려라.”고 했다. 스승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던 그는 눈물을 흘리며 바가지를 깨뜨렸다. “이놈아! 바가지를 팔아서 뭘 하겠다는 말이냐? 중은 신심이 제일이야.” 망연자실 깨진 바가지를 보고 있는 제자를 향한 큰스님의 마지막 일갈, “이놈아! 잔재주가 많으면 중노릇하기 힘들어.”

이것은 주의력과 집중, 한 가지 일에 일념하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뇌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 매우 높은 성취력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구도의 과정도 결코 이와 다르지 않다. 상제님께서는 답을 이미 우리 손에 쥐어주셨다.

이제 모든 일에 성공이 없는 것은 일심 가진 자가 없는 연고라. 만일 일심만 가지면 못 될 일이 없나니 그러므로 무슨 일을 대하든지 일심 못함을 한할 것이요. 못 되리라는 생각은 품지 말라. (도전 8:52:1~3)

생각에서 생각이 나오느니라. 무엇을 하나 배워도 끝이 나도록 배워라. (도전 8:7:1~2)

너희들 공부는 성경신誠敬信 석 자 공부니라. (도전 8:7:5)


종도사님께서는 후천 5만년의 새 문화를 열어나가야 하는 일꾼들은 부단히 자기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세상 각 분야의 최신 연구나 문화의 정점에 있는 결과물이라는 것들도 신앙과 진리를 북돋우는 양분으로 이화시켜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새 문화를 창조하는 일꾼들은 각자의 재능과 역량을 부지런히 모으고 융합해야 하는데, 그 마음에 행여 잔재주가 섞여서는 안 될 것이란 경계심이 든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하지만 이 하루에 가을개벽을 향한 D-day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어떻게 참되고 내실있게 사용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선택과 집중’은 일심신앙의 주요한 실천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