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 메르스MERS 공포 / 증강현실 기기들

[지구촌개벽뉴스]
虎兎龍蛇相會日(호토용사상회일)에 無辜人民萬一生(무고인민민만일생)이니라
호랑이(寅), 토끼(卯), 용(辰), 뱀(巳)이 서로 만나는 날에
아무 죄 없는 창생들이 무수히도 죽겠구나. (도전 5편 408장)
앞으로 오는 세월이 연(年)으로 다투다가, 달(月)로 다투다가, 날(日)로 다투다가,
시간(時)으로 다투다가, 분(分)으로 다투게 되리니 대세를 잘 살피라. (도전 7편 3장)




사스, 신종플루에 이은 메르스MERS 공포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병원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증상을 보이던 60세 남성이 숨졌다. 같은 해 사우디와 네덜란드 연구진은 이 환자에게서 병을 일으킨 신종 바이러스를 검출해냈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메르스 바이러스·mers-cOv)’가 학계에 처음 나온 순간이었다. 메르스MERS는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약자이다. 연구 결과 낙타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인체 감염은 낙타를 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메르스는 세상에 알려진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기에 전파 경로와 병원성 등 바이러스의 특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다. 무려 1,016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447명이 사망했다(5월 31일 기준). 발병한 지 2년 뒤 2014년 중동을 뒤엎었던 이 바이러스는 2015년 올해 한반도까지 상륙했다.

지난 5월20일 한국에서 68세의 최초 메르스 감염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세 곳의 병원을 옮겨 다녔다. 이 환자는 33명을 감염시켰다. 이 가운데 14번 환자(2차 감염자)는 75명의 3차 감염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 또 다른 2차 감염자인 16번 환자도 16명을 감염시켰다. 16일 현재 154명의 메르스 확진자 중 이들 3명에게 감염된 환자가 124명(81%)이다. 이 같은 전파력은 메르스가 비말飛沫(침방울)을 통한 밀접접촉에 의해 전파된다는 의학적 상식을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밀접접촉이 불가피한 같은 병실 환자 뿐 아니라 다른 병실 환자의 메르스 감염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당국은 공기감염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만약 공기감염이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감염자가 발생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미국 아이오와대 스탠리 펄먼 교수는 6월 3일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메르스가 비말과 밀접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아직도 사람 사이의 전염 경로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공기를 통한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메르스 확진자 154명 중 57명(37%)이 가족 또는 방문객이다. 한국 특유의 병문안 문화가 메르스 확산에 일조한 셈이다. 여기에 치료를 위해 여러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우리의 의료쇼핑 관행도 2차 감염을 확산시킨 원인이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들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순창 거주자인 51번 환자와 부산에 머물던 81번 환자 역시 삼성 서울병원을 거친 뒤 환자로 추가됐다.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무차별적으로 전파되지 않고 병원 내 감염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아직 경계를 늦추기는 이르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내에 바이러스 변종이 새로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며 “변이가 확인되면 정부 대응 조치의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들은 ‘사스는 단지 리허설일 뿐’이고 앞으로 이름 모를 괴질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러스는 항 바이러스제를 만나면 이를 무력화하고 내성을 지니기 위해 유전자를 변이시키는 특성이 있다.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키면 현재 쓰이는 치료제나 개발 중인 백신은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메르스 역시 감기 바이러스의 변종이다. 문제는 메르스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메르스의 파고 너머 인류에게 다가올 괴질2, 괴질3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사람의 몸에 병이 생기는 것은 과거의 생활 습관을 바꾸라는 신호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질병이 창궐하는 것은 기존의 제도, 질서가 붕괴되는 대변혁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이 아닐까. ◎

이제는 기계로 오감만족
점점 다양해지는 증강현실增强現實 기기들



안경을 쓴 사람의 시선에 따라 마우스 포인터가 움직이고, 눈을 깜박이면 아이콘이 클릭되는 ‘스마트 안경’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유회준 교수팀은 지난 3월 9일 시선추적 이미지 센서 ‘아이-마우스(i-Mouse)’를 탑재한 ‘K-글라스2’를 개발했다. K-글라스2는 구글 글라스와 같은 증강현실增强現實(Augmented Reality, AR) 디스플레이 기기다. 스마트 안경을 대표하는 구글 글라스는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작동한다. 반면 K-글라스2는 눈의 움직임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게 차이점이다.

그래픽으로 현실 세계를 정밀하게 흉내 내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달리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의 기반 위에 가상의 물체를 겹쳐 놓음으로써 현실 세계를 보충하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시작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2008~2012년 유망 10대 기술’ 가운데 하나로 증강현실을 꼽기도 했다. 자동차 운행과 정비, 패션, 뷰티, 여행, 교육, 오락 등의 분야에서 이미 폭넓게 상용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앱 중에서는 GPS와 위치기반서비스(LBS)를 바탕으로 한 ‘위키튜드Wikitude’라는 여행가이드 앱이 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 건물이나 산을 비추면 이름이나 유래 등의 정보가 팝업창처럼 떠올라 여행 안내책자의 역할을 대신해준다.

증강현실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는 교육과 오락 분야이다. 광주과학기술원 VR랩은 최근 교육용 가상화단인 ‘가든 얼라이브(Garden Alive)’를 개발했다. 빈 화분에 물과 영양분을 조절해서 주면 조건에 따라 가상공간에서 식물이 다르게 자라나는 교육용 시스템이다. 소니가 만든 ‘아이펫’ 역시 가상의 애완동물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증강현실이 활발하게 이용되는 또 다른 곳은 패션·뷰티 분야이다. ‘화장품 컨설팅 단말기(Kosmetic Beratungsterminal)’의 경우 여성이 단말기 앞에 서면 모니터에 여성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치면서 화면 하단에는 여성의 피부가 건성·지성·중성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가 표시된다. 동시에 피부에 맞는 추천 화장품 목록이 나타났다. 여성이 아이섀도eye shadow 제품을 목록에서 선택하면 화면 속 여성의 눈가에 보라색 아이섀도가 칠해졌다.

이제 증강현실 기기가 시각視覺뿐만 아니라 청각·촉각·후각 등 인간의 모든 감각을 활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는 음식물에 포함된 폐기름이나 유해 성분의 감지가 가능한 ‘스마트 젓가락’을 개발했다. 젓가락 끝에 달린 센서가 산도·온도·염도·기름 함유량 등 4가지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고, 무선으로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유해 물질이 확인되면 젓가락 끝부분에 빨간색 불이 들어온다. 스마트폰에도 ‘좋음(good)'과 '나쁨(bad)’이라는 문구가 뜬다.

냉장고에 오랫동안 넣어뒀던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이 상했는지 알 수 있는 ‘전자코(electronic nose)’는 이미 여러 제품이 나와 있다. 미국 페레스Peres사社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각종 육류肉類의 신선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선보였다. 온도·습도·암모니아 성분·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함량을 측정하는 4개의 센서가 음식이 얼마나 상했는지를 측정한다. 분석 결과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무선으로 전달된다. 현재 미국에선 120달러(약 13만원)에 판매 중이다.

증강현실은 편리할 뿐만 아니라 감성적 측면에서의 만족도도 대단히 높기 때문에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기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