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

[이 책만은 꼭]

일제 식민사학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오늘날의 대한민국, 그 혼란 속에서도 환단고기의 대중화를 통해 많은 이들이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로 하고 있다.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 끝에 잊혀져 있던 과거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는 이 시기, 연방주의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연구자의 노고가 책으로 발간되었다. 환단고기를 뒷받침하는 많은 현실적 자료들이 있어 몇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카자흐스탄은 단군의 나라?


얼핏 우리와 전혀 무관한 지역처럼 보이는 이 생소한 이름, 카자흐스탄. 이 나라가 우리 민족과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카자흐족, 몽골족, 중앙아시아의 민족들, 동유럽과 러시아에 있는 수많은 민족들이 우리와 역사적으로 같은 피를 통해 이어져 있다고 한다. 단순히 아니라고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증거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

저자는 조선, 주스라는 말은 유라시아 전체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한다. 카자흐족은 주스, 몽골에서는 주잔, 헝가리에서는 구스라고 불리운다.

주잔, 주스, 구스라고 칭해지는 민족은 화백이라는 만방일치제도, 탱그리라는 단군사상, 샤머니즘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알고 보면 환웅과 단군은 우리만의 역사가 아니었다. 중앙아시아는 물론 저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역사의 모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환국이 단일국가가 아니라 연방국가였음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의 내용은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눈에 띄는 내용을 알아보자.

홍수설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한 홍수 기록은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메르의 지오수드라,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쉬 서사시,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홍수설화. 카자흐스탄의 설화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홍수로 세상이 물에 잠겨 7달, 7일, 7시간이 지난 후에 한 배가 카주구르트 산에 도착했다(해발 1,768미터, 카자흐스탄의 투르키스탄 지역에 위치). 선지자 누흐는 텡그리에게 헤엄쳐 가면서 홍수에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과 동물들을 구원해 달라고 빌었다.

홍수가 끝난 후 사람들은 새들을 날려 보내서 마른땅이 있는지를 확인했는데, 제비가 녹색 잔가지를 물고 돌아왔다. 이때부터 제비는 카자흐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새가 되었다 이후 사람들은 카주구르트 산에 배를 정박하고 거기서 살기 시작했다


여기에 나오는 선지자 누흐는 기독교에 등장하는 노아와 동일인물이다. 중동지방과 중앙아시아식 발음이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슬람에서도 누흐로 호칭하며 이야기는 구약성경과 동일하다. 따라서 누흐와 노아가 동일인물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홍수설화는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데 중앙아시아에는 〈탱그리 신앙을 바탕으로 한 누흐의 방주〉 전설과 〈이슬람신앙을 바탕으로 한 누흐의 방주〉 전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고대 알타이 투르크 민족이 자연재해로부터 살아남았던 사실을 구전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실제로 수메르인과 카자흐인의 언어, 문화, 외모는 상당히 비슷해 카자흐족은 고대 수메르인에서 갈라져 나온 민족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카자흐족의 홍수설화가 수메르 홍수설화와 비슷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카자흐스탄의 누흐와 수메르의 지오수드라, 바빌로니아의 우트나피쉬팀의 방주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파미르 고원에 남아 있는 환국/고조선의 흔적


티벳, 파미르 고원은 알타이 투르크 민족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민족의 시원 또한 티벳지역과 가까운 곳이다.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지명들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크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탕구라산-탱그리 산, 현대 한국식 한자로 다시 표기하면 단군산
한단-한 탱그리, 한단군
숙센-숙신, 조선
비루-부여
푸루-부여
우스-위슨, 오손
장당-장당경, 고조선의 수도명 중 하나
허티엔-에덴, 성경의 에덴동산


한민족의 발원지로 추정되는 티벳, 파미르 지역에서 단군산이나 조선, 부여 등의 명칭이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아시아 전체를 어우르는 환국의 거대한 세력권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구약성경의 에덴동산이 여기에 등장하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허티엔의 경우 현지에서는 이덴으로 발음한다. 보통 에덴동산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수메르어와 고대 카자흐어에서 에덴은 ‘동산’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티벳 고산지대 서쪽지역은 사과의 아버지, 사과의 원산지라는 의미를 가진 알마티가 위치하고 있다. 저자는 성경에서 말하는 에덴을 신장 위구르 자치주에 있는 이덴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누대를 이어온 신화시대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홍수설화나 에덴동산처럼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가 알타이-투르크 민족의 시원지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구약성경이 시원종교였던 텡그리교, 단군교의 내용을 많이 차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대 투르크인들 사이에 전하는 전설을 보면 구약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 홍수설화, 바벨탑전설, 인간의 창조 등 수많은 내용이 일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환국의 정신은 그렇게 면면히 세계로 펼쳐져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던 것이다. 비록 그 모습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그대로 간직한 채.

쿤모왕 신화는 금와왕 신화?


-카자흐족의 일부인 위슨족의 건국신화는 한국의 금와왕 신화와 너무나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신화에서는 단순히 동부여의 해부루왕이 늙도록 자식이 없어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기도한 후 행차 도중에 바위 사이에서 금와왕을 발견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위슨족의 신화는 내용의 동일성 뿐만 아니라 왕이 바위 사이에 있게 된 이유까지도 설명하고 있어 우리나라 금와왕 신화의 잃어버린 퍼즐일 가능성이 높다. 명칭과 사료, 관련자료를 종합해보면 위슨족의 쿤모왕 전설은 동부여의 금와왕 전설과 같은 뿌리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쿤모왕과 금와왕, 발음이 비슷하다.
-투르크 역사책에는 그 의미가 태양왕을 뜻한다고 적혀 있는데 해모수, 해부루, 금와왕은 모두 태양을 의미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학계에서 말하는 동부여의 위치는 두만강 상류지역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국의 서쪽끝 파미르 고원일대에서 우리와 비슷한 건국신화가 발견되는 것일까? 여기서 감추어진 역사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사기 대완열전편-서역민족 오손(위슨)은 퉁구그계 애신 씨족이다.
금사, 백관지-애신을 아선으로 칭함
만주원류고-아선을 오신으로 칭함


이렇게 부족명이 제각각이 된 것은 정확한 발음표기를 하기 어려운 한자를 이용해 민족명을 남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슨, 오손, 애신, 아선은 동일존재를 여러 형태로 적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역사책 기록에 의하면 오손족이 거주했던 지역은 만주와 산동반도 지역. 금와왕 전설이 만주와 중앙아시아 지역에 퍼지게 된 이유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의 위슨족은 중국문헌에 나오는 오손족이며 이들은 월지, 여진족과도 관계가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여진족과 한민족이 실은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청나라의 만주원류고를 보면 이들은 자신의 고향과 조상이 신라, 고려에서 왔음을 명시하고 있다.

금나라의 시조는 함보이다, 초창기에 고려에서 왔다. 당시 이미 60여세의 나이였다. 그의 형 하고내호불은 고려에 남기로 했으며 함보에게 말하길, “후세에 자손들이 서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여기에 머물겠다.” -금사 본기 제1편 세기 중


하나하나 이어지는 역사의 연결고리, 본서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쾌감 중의 하나이다. 이런 것이 스펙타클한 대하 역사드라마 아니겠는가? 내친 김에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실크로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본서는 카자흐스탄 카즈그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정민 박사가 집필한 책. 우리나라의 고대사와 유라시아지역 국가들의 고대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핵심은 연방주의다. 연방주의가 필요한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거대한 역사줄기 속에 한국과 중앙아시아, 자신들의 역사도 포함됐다는 인식이 쌓여야 경제공동체로서 원활히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주변국가와 충돌하고 상처를 주는 일을 반복한다면 새롭게 펼쳐질 신 실크로드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는 역사공부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관계의 변화에 따라 경제적 이득까지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유라시아 전체를 바라보고 백년지대계를 세울 수 있는 역사적 철학! 이것이 있어야 비로소 한국은 강대국이 된다.” 김정민 박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조선과 흉노는 같은 국가


환단고기와 사마천의 사기를 보면 조선이 실은 흉노임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 나온다. 조선이 연나라, 제나라와 전쟁을 한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과 싸웠다고 표기하지 않고 북융, 산융, 흉노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사기, 희공 25년, 북융이 제나라를 침공하자 정나라에서 태자 홀을 보내 제나라를 도왔다
-제나라 환공 23년, 산융이 연나라를 정벌하자 연나라는 제나라에 위급함을 알려왔다. 제나라 환공은 연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마침내 산융을 쳐서 고죽까지 이른 다음 돌아왔다.
-44년 산융이 연나라를 치자 연은 제나라에 위급함을 알려왔다. 제 환공이 북쪽으로 산융을 치자 산융은 도망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록을 보자.

-무오 50년, 단제께서 언파불합 장군을 보내 해상의 웅습을 평정하였다, 갑술 66년 단제께서 조을을 보내 곧바로 연나라의 도읍을 돌파하고 제나라 군사와 임치의 남쪽 교외에서 싸우고 승리를 알려왔다. [단군세기]
-무진 52년 단제께서 병력을 보내 수유의 군대와 함께 연나라를 정벌케 하였다. 이에 연나라가 제나라의 위급함을 알리자 제나라가 대거 고죽에 쳐들어왔는데 우리의 복병에 걸려 전세가 불리해지자 화해를 구걸하고 물러갔다. [단군세기]


이 기록으로 보아 흉노와 조선은 같은 나라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사기의 기록을 보면 흉노족을 북융, 산융, 흉노로 부르고 있는데 여기에서 공통음가는 융 또는 흉이다. 중앙아시아에서는 ‘군’이라고 부른다. 군은 해를 뜻하는 쿤과 어원이 같은 단어로 태양을 의미한다. 흉, 군, 쿤, 칸, 한은 모두 태양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 이유는 태양숭배를 하던 탱그리, 즉 단군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전통은 오늘날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아스타나에 대형 거탑으로 이어진다. 두 손으로 태양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제단, 나라 한이라는 글자가 거대하게 일어서 있다. 이는 역사를 통해 이어져온 천손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이 거탑의 형식으로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리 / 한승민>

김정민 카자흐국립대학 국제관계학 박사. 현재 몽골국립대학 국제관계학 박사과정 수료 중. 연방주의적 시각으로 세계사와 조선상고사를 전달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