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과 참여만이 사람을 살립니다(박은경 성도)

[가가도장]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안정된 생활공간


항구도시 목포에서 영산호 쪽 풍광이 잡힐 듯이 내려다 보이는 옥암동 아파트 7층에는 유달리 아늑하고 편안하게 사람을 맞이하는 도방이 있다. 박은경 포감을 따라 들어선 집은 밝게 채색된 문을 통과해서인지 더욱 환하고 상큼한 느낌을 준다. 거실에는 하나쯤 놓여 있을 소파와 책장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고 맞은편 벽에는 야외 포교활동용 거치대 하나가 세워져 있다. 진리를 소개하는 자료와 책자들이 활동 현장과 똑같이 꽂혀있는 것을 보니 순간적으로 여기가 실내가 아닌 실외 포교현장 같은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냥 자료 하나 쑥 뽑아들고 “이것 읽어 보셨어요?”라며 말을 걸고 싶은 설레임이 생겨났다.

거실 경계선이 끝나는 통로쪽에는 좌우로 마주보는 방이 있는데, 오른쪽이 바로 천신단을 모셔놓은 방이다. 적정 높이로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신단 위에는 가족신앙을 하는 남편과 아들까지 식구 셋의 개인 봉청수 그릇 외에도 상제님과 태모님, 그리고 태상종도사님과 조상선령님까지 청수그릇 네 개를 더 모시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조석으로 봉청수를 정성껏 모시는 일이 너무도 소중하고 기분이 좋은 일이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하는 박은경 포감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슴 한편에 묵직한 공감이 자리를 잡았다. 공기청정기를 켜놓은 듯 맑은 기운이 감지되는 실내와 달리 창문 밖에서는 아까부터 불어대는 바닷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 좁은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박 포감님이 내온 차를 놓고서 마주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Q1 활동에 바쁘신 분을 붙잡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박 포감님은 정성공부와 도장참여 그리고 포교활동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입도를 언제 하셨고 신앙을 만난 계기가 뭔지, 거기에 남다른 사연은 있는지 궁금하군요.


- 제가 상제님 진리를 처음 만난 것은 1993년 신문 광고를 보고서 『충격대예언』이란 책과 『이것이 개벽이다』를 연이어 구입해 읽었을 때였습니다. 책을 읽고 관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당시 결혼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을 때라서 더 진전을 시키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한 1996년에 목포도장을 방문하려는 과정에서 인도자(현재 목포옥암도장의 김상섭 수석포감님)를 만났습니다. 그 분 인도로 도장을 방문하고 진리 얘기를 듣고 도전道典도 구입을 했습니다. 인도자께서 나중에 집에도 찾아오시고 했지만 그때는 생활에 충실하는 것이 먼저였던 시기였으므로 입도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Q2 인연이 바로 닿지는 않았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 그렇게 사는 것에 열중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등 시련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갈등도 생기고 복잡했지요. 그 때가 2003년 초였는데, 그 즈음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나타나셔서 손가락으로 일곱을 펴 보여주셨어요. 이게 뭔가 싶었어요. 어려우니까 도와주시려는 건가, 돈에 대한 꿈인가, 별별 생각을 다 해봤지만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 나중에서야 7이 칠성과 생명도 상징하고 진리의 광명도 가리키는 거라는 걸 알았지만, 당시에는 그게 하나의 과정이고 메시지임을 몰랐지요. 되돌아보면 입도 전까지 제 의식 속에는 늘 진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기는 했는데, 그 사이 여러 번 이사를 다닐 때마다 항상 ‘도전’ 초판을 모시고 다녔어요. 입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남편과 지인들한테 증산도 진리 관련 책들을 주면서 읽히고 있더라구요. 마치 입도한 사람처럼 행동이 그랬어요.

Q3 아주 흥미로운 얘기군요. 입도 전에 입도한 사람의 행동을 했다... 그렇다면 입도 당시의 스토리가 궁금해지네요. 이미 입도 전에 포교라는 걸 하고 계셨으니 입도하고서 그런 행동도 자연스러웠을 거 같고..


- 맞아요. 상황이 그랬어요. 인도자와 다시 연결이 되어 2003년 2월 7일 입문을 하고서 다음날 증산도 교육문화회관 태을궁에 처음으로 가봤어요. 거기서 태사부님과 사부님께서 도훈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서 너무도 놀랐습니다. 세상에 저런 분들이 계시다니 하고 말이지요. 당일에 상제님 어진과 태모님 진영을 사서 집에 모셨습니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그때부터 봉청수하고 정성공부를 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정성이 끊기면 안될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익숙치 않고 서툴렀지요. 어떤 날은 피곤해서 선잠이 들었는데, 눈앞에 밝은 세계가 펼쳐지고 눈처럼 하얀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셔서 “아가, 청수 모셔야지.” 하시는 거예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구요. 입문한 그 다음 달 음력 2월 24일에 입도를 했습니다. 남편(정평균 성도)에게 말을 꺼냈더니 순순히 남편도 입도를 하겠다고 해서 함께 입도를 하게 됐어요. 지금은 중학생인 아들(정인웅 성도)까지 세 식구 모두가 신앙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Q4 정성스런 마음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셨으니 동반 입도도 가능했을 겁니다. 정성공부 이야기를 더 해주시지요. 정성공부로 신앙의 틀을 세워가셨다는 것인데, 그게 어떤 효과가 있던가요.


- 저는 정성공부를 지속하느라 애를 썼습니다. 매달 21일 단위로 자시子時 수행을 계속 반복했어요. 어려운 일이라도 생기면 100일, 105일 집중 기도수행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주변의 가족도 늘 마음에 걸리고 그렇잖아요. 도장도 더 잘 되어서 사람 살리는 큰 터전이 돼야 하고요. 그래서 2012년부터는 3년을 약정하고 기도를 시작해서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정성공부를 하면 빠르고 늦는 시차가 있을 뿐이지 기도하고 바라는 만큼 감응이 와요. 사람을 이끌고 인도하는 흡인력도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포교할 때 힘이 되는 건 당연하구요.

Q5 정성을 이어가기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 그렇죠. 늘 마음을 쓰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해요. 그렇게 노력을 하다 보면 나를 돕는 존재도 생겨나요. 고양이 자명종 같은 거요.

Q6 고양이 자명종이라. 고양이가 아침에 깨우기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 재밌는 얘기로 들리시겠지만 실제로 그랬어요. 그때가 105일 공부 중이었는데, 동네 도둑고양이 있잖아요. 그 고양이가 아침마다 제 시간에 와서 잠을 깨우는 거예요. 키우는 고양이도 아니고 본 적도 없는데 이 녀석이 아침 자명종이 돼서 야옹거리면서 일어나라고 깨워요, 날마다.
또 정성공부 중에 어쩌다 과로를 해서 아파 누워있는데 어떤 여성 신명이 옆에서 태을주를 읽어주기도 했어요. 그때 알았어요. 아, 내가 혼자 이러고 있는 게 아니구나. 하려고 하니까 말없이 지켜보면서 도와주는 존재가 있구나 하는 걸 말이에요.

Q7 정성공부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활동과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텐데요. 포감님의 경우에는 포교활동과 도장 참여로 잘 연결이 돼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저는 입문 후부터 계속 인도자를 따라서 패널포교 활동을 다녔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어요. 활동은 생각해서 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그저 해야 할 일이면 하는 것이 맞아요. 그게 사명감이든 즐거움 자체이든 그 구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하려는 게 진리로 사람을 살려내는 일이면 자기 스스로가 신앙할 환경을 만들어가면서 그것을 실행하면 되거든요. 저는 그걸 항상 잊지 않고 살려고 노력해요. 입도하고서 보직도 맡고 구역도 이끌게 되었지만 제 자신과 구역 성도님들, 그리고 도장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저는 그게 무엇이든 할 거예요.

구역활동은 패널 위주로 구역 성도들의 지인 및 개척포교를 위해 움직이고 있고, 도장활동은 우리가 모여서 신앙을 하는 집이니까 사명감을 갖고서 전력을 다해 집중하고 있어요. 주로 신입 성도님들 집을 심방하면서 주과포 치성이라도 올리고 함께 수행하고 도전공부도 합니다. 또 수렴대상자를 오게 해서 현장 수렴도 하고 궁금해 하는 것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합니다. 도장에서 함께 홍보 포교 활동을 나가면 꼭 참여를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 해서 움직입니다. 제가 부족하고 하지 못했던 부분은 도장을 이끄시는 수호사님께서 세밀하게 보완을 해주시니 배우고 익히는 것도 많아요. 재미도 있구요. 활동은 도장 조직에 보약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활동을 안 하면 조직에 불화가 생기거나 삐걱거리는 일도 생기기 마련인데, 활동을 하게 되면 마음이 터지고 불화 요인도 사라져요. 치유가 되고 정리가 되는 거죠. 목포옥암도장이 지난 해에 포교 실적이 많았던 것도 그런 것들을 체험하고 느껴보면서 함께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Q8 도장이 움직이고 성과를 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런 과정들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는군요. 이제 가가도장 얘기를 해볼까요. 이곳 집에 들어올 때부터 거치대며 책장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일종의 병기창 같은 건가요?


- 네 그렇지요. 사람을 살리는 장소가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내 가정에서도 언제든지 진리를 전할 준비를 해두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집 거실에 5단 거치대를 가져다 놓고 진리서적과 홍보물을 꽂아 뒀어요. 주변 이웃이나 가정을 방문하는 정수기 기사님이나 인터넷 기사님, 세탁소 주인 아주머니, 관리사무소 근무하시는 분 등 대상은 많아요. 그런 분들을 초대하거나 업무 등으로 찾아오시면 꼭 진리 홍보물이나 책자를 드리고 대화를 해요. 여기 거실에서 바로 전해드리고 필요한 도담도 나누니까 자연스럽기도 하고 분위기도 좋아요. 여기 큰 책장도 두 개가 있는데, 통로 쪽 신단 방 입구 옆에 놓은 책장은 전체가 증산도 진리 서적과 자료로 채워져 있어요.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니 품격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가도장 홍보포교의 기본적인 틀이 갖춰진 기분도 들어요.

봉청수 신단도 원래는 여기 거실에 있었는데, 아무래도 생활하는 공간이다 보니 조심스럽기도 하고 정결하지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 하나를 비워서 신단 모시는 전용으로 쓰고 있어요. 거기에서 매일 조석으로 봉청수와 수행을 합니다. 힘들 때는 세 가족이 주과포 치성을 올리고 함께 기도를 해요. 얼마 전까지 신단에 상제님, 태모님, 조상님만 모시다가 최근에 태상종도사님을 함께 모셨어요. 태사부님을 모시고 나니 몸과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Q9 포감님 가정도장을 보니 곳곳에서 정성스런 마음이 묻어나는 걸 느낍니다. 박 포감님께서 준비를 잘 하신 만큼 이곳 도방의 의미도 클 텐데요. 끝으로 ‘나에게 가가도장이란?’ 하는 질문을 드린다면 어떻게 정리가 될까요?


- 저에게 가가도장은 어려운 시운에서 사람들을 살려내는 포교 성소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만들고 활용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 동료 신앙인 한 분이 “세상 사람 살린 정도에 따라 가족 살린 숫자도 정해질 것이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거기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 말씀이 결론이라고 봐요. 우리 진리는 혼자 사는 진리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열심히 정성을 다해 최대한 도장 활동에 참여를 하고, 이곳 가가도장에서도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활동을 해서 진리로써 사람을 하나라도 더 살려낼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러다 보면 시댁과 친정 양가의 가족도 신앙에 동참하고 살릴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봐요. 내 집 권역 중심으로 많은 사람을 살렸으면 좋겠고, 도장에도 정성수행공부 하는 사람이 더 많이 팀을 이뤄서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못할 일이 없을 거예요. 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하고 집중하겠습니다.